▲카페 빈둥 함양의 ‘마을시민’들이 모이는 지역공동체의 허브(Hub) ’카페 빈둥‘
정기석
전문가 필요 없이, 행정은 간섭 말고, 주민 자력으로
마을만들기 같은 마을공동체사업의 과정과 결과를 책임져야하는 3대 주체는 행정, 주민, 전문가로 나뉜다. 어쩌면 현실의 현장에서는, 전전문적이 않은 '행정과 주민'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용역비'을 받고 대신 해결해주는 역할의 '전문가'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가 벌어지는 전국의 지역과 사업현장마다 평판이나 성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심지어 마을공동체사업을 맡아 할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입찰경쟁 과정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는 업체보다 입찰경쟁에서 이기는 기술과 방법론이 뛰어난 비전문업체들이 득세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십수년동안 전문가의 위상과 신뢰는 개선되거나 호전되지 않았다. 이제 마을주민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비싼 사업비를 들여가며 '전문가'를 꼭 우리 마을공동체사업 판에 끼어들여야 하는가"하고.
다만, 전문가를 자처하는 용역업체의 역량 부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용역업체로서는 아무리 성실하게 열심히 업무에 임해도, 일을 잘 할래야 잘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근본적으로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공익행위인 농업도 그렇지만 농촌 일도 사사롭게, 아무나 뛰어들면 안 된다. 마을공동체사업에서 전문가 시장이란 일개 민간 사기업들이 성실함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 수지타산도 맞추기에는 적절한 시장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수익성보다 공공성을 우선할 수 있는 공공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
무엇보다 생태, 환경, 조경, 관광, 건축, 도시계획, 농학, 임학, 식품공학, 농경제학, 농업경영학 등 학교 안에서의 전공, 학점과 학위보다 학교 밖에서 현장 경력이 더 소용이 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외부 전문가의 역할을 내부의 주민이 맡아하는 건 어떤가. 그 마을과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바로 그 지역과 마을의 주민이 아닌가. 계획서 등 서류를 만드는 방법, 교육을 하는 방법은 가르치면 될 일이다. 주민들이 모여 협동조합 방식의 중간지원조직을 세워 교육, 계획, 컨설팅, 연구과제 등을 함께, 스스로 감당한다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이때 또 하나의 사업주체인 행정은 EU의 농업회의소처럼 예산은 지원하되 간섭과 통제는 하지 않는 '팔길이의 원칙'만 잘 지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