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오후 부산 중구 BIFF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이희훈
TK지역을 중심으로 한 홍준표의 지지세 확장은 그가 선거에 패배한다 하더라도 한국정치, 나아가 한국사회에 갈등의 핵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강압이 아니라 사실왜곡에 의한 자발적 동의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독재시대보다 더 뿌리깊은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 국정농단 세력 청산도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번 실패한 우리 역사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최악은 극우정당이 세력화하는 것이다. 홍준표는 물론이고 '말 안 되는 말'을 일삼는 김진태, 윤상현, 김문수, 조원진 등은 소위 '또라이'가 아니라 극우정당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까지 진출한 르펜도 처음에는 지지세가 미약했고 브렉시트를 주도한 영국 극우정당도 원래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늘면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 정책 같은 극우노선이 지지세를 급속히 확장하게 된다. 트럼프도 지식인들한테는 비난받지만 서민들 중에는 열광하는 이가 많다. 문제는 언론이 극우정당의 허구성을 까발려야 하는데 오히려 비호할 수구언론이 많고 일부 진보언론도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어 큰 기대를 하기 힘든 환경이다.
보수 후보 사이를 오락가락한 진보언론의 한계우리 진보언론의 한계는 바른정당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드러난다. 바른정당이 탄생할 때부터 그랬지만 일부 바른정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자 남아있는 의원들이 마치 진정한 보수정당의 희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도했다. 자유한국당에 견주어 양식있는 의원의 비율이 조금 높다고 할 수는 있어도 근본이 수구적인 인물이 많은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하태경은 극우인 일베를 적극 옹호해왔고 주호영은 "세월호 사건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김무성은 국정교과서를 적극 옹호했고, 유승민은 사드를 더 많이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의 선군주의를 방불케 하는 수구성을 드러냈다. 유승민은 증세를 주장하는 등 경제 부문에서 소신있는 발언을 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으나, 그가 KDI 연구위원 시절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에 결정적 공헌을 해 외환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어떤 언론도 지적하지 않는다.
유럽에 견주면 수구정당을 보수정당으로, 보수정당을 진보정당으로 포장해 온 데는 한국의 보수언론뿐 아니라 진보언론도 책임이 크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한국언론도 심하게 우경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극심한 양극화와 '헬조선'이다.
'진보언론의 맏형'임을 자부하는 <한겨레>도 창간 초기에 견주면 진보성을 많이 상실했다고 본다. 중도보수인 문재인과 뭘 봐도 보수인 안철수 사이에서 오랜 기간 오락가락하는 보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빛나는 특종들을 쏟아내고도 정치부 일부 기자와 논객에 의해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정치 보도에 민감한 일부 진보성향 독자들의 비난을 샀다.
사실 안철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진보 색깔 옷을 벗어 던지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내 건전한 보수세력과 손잡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샌드위치 신세 대신 보수의 희망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도 진보 정치인들을 영입해 진보성을 강화했더라면 어쩌면 한국정치사에서 그의 집권보다 더 중요한 업적을 남길 수도 있었다. 진정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양립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가 순조롭게 굴러갈 궤도를 놓는 일이 아닐까?
보수의 희망을 좌절시키는 몰표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