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고튼 퍼시픽코프 미디어 담당관이 4대강 독립군과 함께 콘딧댐 철거현장을 찾았다. 그는 "댐에 어도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적었기 때문에 댐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대희
4대강 독립군은 지난 4월 10일에는 미국 오리건 주 북서부 포틀랜드(Portland)의 퍼시픽코프(PacifiCorp) 빌딩을 방문했다. 미국 서부 6개 주 180만 명에게 석탄화력, 수력, 풍력, 태양력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대형 전력 회사다. 클라마스 강에서 사라질 4개 댐도 이들의 소유였다. 퍼시픽코프가 운영하는 40여개의 수력발전 댐 중 3개는 이미 해체했다.
4대강 독립군은 밥 그래빌리(Bob Gravely, 클라마스 복원 공보관) 등 4명과 마주 앉았다. 당초 이들을 만나 클라마스강의 댐 해체 결정 이유와 과정 등에 대해 자세히 들을 예정이었지만, 상당히 신중했다. 자기 이해에 민감한 민간 회사이기에 그런 듯했다. 이들은 카룩 부족 관계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클라마스 강의 심각한 녹조 현상은 댐의 영향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카룩 부족은 녹조가 댐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클라마스 강 상류 화산지대에서 나오는 인 성분과 높은 수온 등에 기인한 것이다." 4대강 독립군, 맥이 빠지다그는 또 "채산성을 맞출 수가 있었는데 4개 댐 해체를 결정한 것은 정치적 문제"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정치인들과 카룩 부족, 환경단체 등의 다자간 협의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정치 상황에 따라 댐 해체 결정이 번복될 수도 있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4대강 독립군들은 이 말을 듣고 맥이 빠졌다. 사실 이들로부터 '댐을 유지하는 게 해체하는 것보다 나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이들이 연방 에너지 규제위원회에 4대 댐 면허 갱신을 포기한 이유는 전력 생산에서 얻는 이득보다 연어 회귀를 위한 어도 추가 건설 등 환경 규정을 지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간 언론보도와 문건을 봐도 나타난다.
그나마 위안이었던 것은 이들이 지난 2012년에 철거한 콘딧 댐(Condit Dam) 현장을 보여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퍼시픽코프 복원계획 담당관인 톰 코튼(Tom Gauntt, 콘딧 댐 철거 담당)씨가 4대강 독립군 차에 올라탔다.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때운 뒤에 컬럼비아 강을 따라 상류로 차를 몰았다.
콘딧 댐은 컬럼비아 강과 화이트 새먼 강(White Salmon River)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5.3km 상류에 있다. 언덕 위에 조금 남아있는 콘크리트 바닥만으로 그곳이 댐의 자리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튼씨는 "댐을 철거하고, 앞으로 5년 동안 강 복원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3500만불"이라면서 "콘딧댐에 어도를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적었기 때문에 댐 철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게 4대강 독립군을 실망시킨 말과는 달랐다. 그는 "여기서 4~5마일 상류에 큰 폭포가 있다"면서 "지금은 연어가 거기까지 올라가 알을 낳는다"고 말했다.
폭포 쪽으로 차를 몰았다. 4대강 독립군들은 나무가 울창한 오솔길을 걸어서 내려갔다. 길 양옆에 카약을 이동할 수 있는 철제 레일이 있었다. 레일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니 원시적인 자연림 안에서 화이트 새먼 강은 폭포처럼 세차게 흘렀다. 은빛으로 빛나는 물살은 그 위를 힘차게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 같았다.
물소리 때문에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그곳에서 김종술 기자의 짧은 소감을 들었다.
[카멜강] "산 클레멘테 댐 철거비용이 가장 싸게 들었다"
▲로버트 제임스 아메리카 리버스 감독관이 산 클레멘테 댐 철거과정을 4대강 독립군에게 설명하고 있다.
정대희
4대강 독립군이 지난 13일 방문한 곳은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카운티에 있는 카멜강(Carmel River)의 산 클레멘테 댐 자리였다. 아치형 댐은 지난 2015년 12월에 철거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가장 최근에 철거된 댐이다. 1921년에 완공된 32m 높이의 용수용 댐이었는데, 이곳은 거의 100년 동안 몬테레이 반도 8만 명의 식수원이었다.
미국 21개 주에 식수를 공급하는 아메리카 워터의 로버트 제임스 감독관(Robert James)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4대강 독립군은 아메리카 워터 측의 4륜 구동차로 옮겨 탔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가파른 협곡길. 비까지 내렸다. 아찔했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차가 마음대로 미끄러졌다. 1~2미터 옆은 천길 낭떠러지였다. 고개를 넘자 댐을 허문 자리가 나타났다.
"지표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규정이 갈수록 까다로워졌다. 정수처리 기술로는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댐 철거의 결정적 이유는 퇴적토였다. 댐 정상의 아래쪽에 수문이 있는 구조인데 밑에서부터 13피트 높이였다. 퇴적토는 그 아래로 3~4피트 높이까지 차올랐다. 파이프로 배출하는 방식과 따로 퍼 담아서 컨베이어로 실어 나르는 방식도 모색했지만 댐을 철거하는 게 비용이 가장 적었다. 댐에 어도가 있지만 무지개 송어와 같은 멸종위기종이 자유롭게 드나들기 힘들었다. 그래서 환경단체들도 댐이 철거되기를 원했다." 로버트 제임스 감독관의 말이다. 댐이 저장할 수 있는 물 그릇의 절반 이상을 퇴적토가 차지했다.
"댐 짓는 시대는 끝났다"
▲산 클레멘테(San Clemente)댐은 지난 2015년 12월 철거돼 지금은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대희
물을 저장해서 용수로 공급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퇴적토 무게로 댐의 안전성도 위협받았다. 1991년 캘리포니아 수자원국은 댐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고 아메리카 워터 측은 1992년부터 매년 저수지 수위와 수압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1백만 달러를 들여 댐에 구멍을 뚫기도 했다. 결국 이들이 취한 가장 값싼 해결 방법은 8400만 달러로 댐을 부수는 일이었다.
<관련기사>"한국의 4대강 사업, 미국에선 어림없다"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4대강 독립군은 로버트 제임스 감독관에게 물었다.
- 520km인 한국의 낙동강을 8개의 댐으로 막았다. 1300만 명의 식수원이다. 녹조가 창궐하고 수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댐 짓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이라면 용수공급 면허가 취소될 것이다. 저수지에 갇힌 물이 수층의 온도 차이로 매년 위아래로 뒤집히면서 문제가 계속 악화된다.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미생물이 물속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용하는 산소의 양) 수치도 나쁠 것이다.
녹조를 제거하려고 약품을 쓸 텐데, 비용만 잡아먹고 역효과를 내는 매우 극단적 방식이다. 또 유입수 자체가 지나치게 오염되면 지표수 처리시설과 관련된 법적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정수처리 공장을 닫아야 하고, 다른 수원지를 찾아야 한다."
[나가며] '이명박근혜 4대강'이 청산해야 할 적폐인 까닭
▲녹조가 가득한 백제보 상류에 수자원공사는 조류제거선을 띄웠다.
김종술
지난달 17일, 4대강 독립군은 7박9일의 미국 취재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동안 태평양을 건너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도 수자원 공사는 녹조를 제거하려고 모터보트로 강물을 휘젓고 다닌다. 황토 흙을 뿌리고 공기 기포제를 설치했다. 그래도 매년 녹조는 창궐한다. 금은 모래밭은 최악 수질 지표종인 4급수에서 사는 실지렁이와 깔따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궁창 펄밭으로 변하고 있다. 이대로 놔둔다면 세금으로 강을 망치고, 세금으로 다른 수원지를 개발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어민과 농민들도 미국의 원주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답습하고 있다. '물 반 고기 반' '물 반 재첩 반'이었다는 낙동강 하구의 어민들의 그물에 걸려드는 건 큰빗이끼벌레와 녹조 찌꺼기뿐이다. 4대강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몇 대째 살아왔던 고향을 등지고 있다.
이러고도 이명박 정권의 4대강에 부역했던 자들은 흥청망청 훈·포상을 나눠먹었다. "4대강에 녹조가 끼면 배를 띄워 스크루를 돌리면 된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운 자 등 곡학아세했던 학자들은 장관 등 자리를 꿰찼고 국가 기관 주요 요직에 앉혔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공사비 담합으로 막대한 돈을 챙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결정한 수천억 원대 과징금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착잡했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상상했던 기대가 보름 만에 현실이 되었다. '이명박근혜 4대강'이 적폐인 것은 비단 강을 망쳤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폭력으로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국민 70~80%의 '4대강 사업 반대' 의사는 묵살됐다. 편법을 동원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는 등 법질서를 유린했다. 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수십조의 혈세를 강물 속에 수장시키고 있다.
촛불이 명령한 적폐청산,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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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4대강에 투표 MB 청문회 꼭 열자미국에 갑니다, 이명박 4대강 탄핵하러4대강 독립군들을 성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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