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일 출구조사 결과에서 마크롱의 승리가 발표되자 개선문 앞 도로로 뛰어 나온 시민들
정수현
5월 초순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도 장미대선으로 출렁인 시기였습니다. 우리보다 이틀 앞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치러졌던 날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마크롱의 당선 유력로 나오자 개선문 앞 도로로 시민들이 프랑스 국기를 들고 뛰어 나오고 차량들은 경적을 울렸습니다. 환호하는 사람들 중에는 특히 유색인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선거의 대체적인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선거 결과로 나타난 시민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폭발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대결에 비견될 만큼, 마크롱과 르펜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비호감도가 컸고, 마크롱이 최선의 선택지라기 보다는 르펜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랑스라는 사회가 추구하고 지켜온 공화국의 정신, 공동체의 가치가 극우세력에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상식의 선택이었기에 담담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틀 뒤에 나온 한국의 선거 결과의 반응은 인터넷을 통해서 접하는 것이었지만, 파리에서의 열기 보다 훨씬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프랑스가 상식을 지키는 선거였다면, 우리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상식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었기에 그 뜨거움 또한 당연한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무엇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끈 원동력이 온전히 광장 그리고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마음의 한 켠에서 촛불을 밝혀 든 수많은 시민들의 힘에 있었다는 사실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1789년 혁명 앞에 '大'자가 붙어 있기에 그 한번의 사건으로 프랑스 사회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후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나긴 시간 동안 나아감과 물러섬의 부침을 겪으며 '자유, 평등, 박애'라는 공화국의 가치를 완성해 나아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파리는 인고의 과정으로 충분히 단련 되었기에 '정제된 듯한' 느낌의 안정감을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미대선의 결과로 우리도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다시 넘기게 되었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만만치 않은 구습과 사회 각 분야에 뿌리 내린 기득권의 저항과 반격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개혁과 변화에서 오는 파열음과 잠재된 에너지의 표출을 '불안'으로 조장하고 이 정도에서 접고 가자는 시도 또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