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선거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대선 패배의 소회를 풀어놨다.
유성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이에나, 박쥐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그 입 다물라'고만 말하고 싶다. 조용히 정계에서 사라져주길 바란다고." 바른정당 유승민 캠프 총괄본부장 직을 수행한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탈당 후 한국당으로 입당한 김성태 의원에 이 같이 일갈했다.
김 의원이 당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때 몸담았던 바른정당을 "최순실 폭탄을 피한 도피·면피용 정당"이라고 표현하며 "진정한 보수의 바람을 담아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자인한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진 전 장관은 이어 "그렇게 뻔뻔하고 후안무치할 수가 있느냐"라면서 "정치혐오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런 정치인들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13인의 탈당 사태. 돌이켜보면 유승민 캠프가 선거 기간 겪은 고비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다. 막바지에 청·장년 층 지지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득표로 연결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6.8%의 지지. 일각에서는 당의 존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진 전 장관의 생각은 달랐다. 인터뷰 내내 '마지막 기회'를 강조했다. "절박하다"고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탈당파 사태, '올게 왔구나' 싶었다"- 어느 캠프보다 험난했던 대선이었다. 소회도 남다를 것 같은데."조직도, 세도, 돈도 없었다. 설상가상 탈당 사태까지 겪었지. 가난하고 외로운 선거였다. 감사하게도 국민 분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셨다. 큰 선거를 여러 번 치러봤지만, 이번 선거가 가장 의미 있고 개인적으로는 보람 있는 선거였다. 솔직히 과거 선거 때는 젊은 층을 아예 포기한 선거를 치른 경험도 있다. 대선 막판, 20~30대가 유승민을 향해 보여준 관심은 신기했다. 속으로 '정치 그만둬도 여한 없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개혁 보수의 싹을 틔워 달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구나, 그게 우리의 소명이구나 생각했다."
- 기분 좋은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다. "마지막 일주일은 매일 감동이었다. 서울 강남역 유세를 갔을 때, 깜짝 놀랐다. 후보가 오기 한 시간 전부터 '유세차 오나보다' 하며 몰려든 젊은이들이 두 시간 가까이 머물고 간다든지. 끝까지 사인 받고, 사진 찍는 걸 보며 감동했다. 갑자기 그렇게 된 건 아니다. TV 토론으로 후보를 눈여겨보다 탈당 사태가 터지며 그 마음이 분출된 것 아닌가, 판단한다."
- 고비도 많았다. "특히 대구·경북·영남 등 후보 출신 지역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안에서도 후보를 괴롭히고 흔드는 내부 문제도 있었고. 탈당 사태가 눈앞에 딱 벌어졌을 때도 그랬다. 캠프에서는 '아 올게 왔구나' 했다. (탈당파들이) 이미 선거 운동도 하지 않고, 지지율 낮다는 이유로 단일화를 이야기해온 터라 각오하고 있었다. 아마 후보도 그랬을 거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오기를 다지던 터에 그런 일이 터졌다. 크게 충격 받지는 않았다."
- 창당 과정부터 애당초 조짐이 있었던 것 아닌가."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꿰맞추니 (새누리당) 탈당 과정에서 동기가 서로 달랐구나 싶더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들어오면 어떻게든 옹립해서 집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한 쪽 그룹과, 또 다른 쪽은 새누리 안에서는 해볼 도리 없으니 보수 개혁을 시작으로 그 동력을 새누리당 쪽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집단 탈당 사태는 창당부터 배태된, 터질 게 터진 사태다. 오히려 그분들이 나가면서 보수 개혁에 대한 순도랄까. 그런 것이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
- 김성태 의원이 라디오에서 탈당에 대한 해명 입장을 내놓기도 했는데. "안 그래도 일갈하고 싶었다. '그 입 다물라'고. 조용히 정계에서 사라져주길 바란다고. (바른정당을) 면피 정당이라고 했더라. 아까 이야기한 전자의 그룹들, 이 사람들이야 말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로 면피해서 집권해보려 한 것 아닌가. 정치혐오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런 정치인들 때문이다. 탈당한 13명에게 묻고 싶었다. 집에 아이들이 있을 거 아닌가. 그 애들한테 부끄럽지 않냐고."
- 탈당파 사태 이후 유세 현장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사실상 캠프 핵심 멤버들, 즉 후보 경선 때 뛴 분들이 본선 때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안 뛰니까. 그 사람들은 (상승세) 분위기를 봤다. 아닌 사람들은 현장에 안 나왔기 때문에 체감을 못 한 거다. 듣기로 (단일화를 주장한) 한 당직자는 가로수길 유세에 나와서 (운집을 보고) '그렇게 많이 모여요?'하고 놀라더란다. (탈당파가) 먼저 강남역이나 대학로 유세를 가봤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통합·연대? '우리 작아요, 약해요' 드러내는 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