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녹조 발생 우려가 높은 4대강 보를 다음 달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백제보(부여)는 우선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충남도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감사를 지시한 가운데, 정부가 대형건설사들의 4대강 담합을 방조했다는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보고서를 요약하면, 국토부는 4대강 담합을 방조했고, 공정위는 조사를 머뭇거리면서 시간을 벌어줬다.
감사원이 지난 2013년 7월 발표한 4대강 사업 설계시공일괄입찰 등 주요계약집행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국토부는 경쟁 제한과 무더기 발주 등의 방식으로 담합 빌미를 제공했다.
4대강 담합, 건설사 '주연'에 국토부 '감독'한 합작품담합의 실마리를 제공한 시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교통부는 1월 경부운하사업을 민간제안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따라 대형건설사 5개사가 경부운하 건설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제안서를 준비한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국민적 반발에 따라 이 사업은 중단된다.
그 대신 추진한 것이 4대강 사업인데, 대운하 사업과 큰 틀에서 유사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낙동강 준설 보 규모를 확대하는 등 대운하 안과 유사하게 결정됐다고 밝혔다. 나중에 대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국토부는 건설사에 '사인'을 보낸다. 기존 건설사 컨소시엄으로부터 경부운하 설계 자료를 넘겨받아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을 추진한다. 건설사 컨소시엄은 4대강 사업이 자신들이 설계한 대운하 설계와 비슷하다는 점을 예측하고, 지분율과 공구 분할 등 담합을 도모한다.
무더기 발주하면서 담합 징후는 무시했던 국토부 사업의 '속도전'도 담합의 배경이 됐다. 국토부는 2009년 6월 모두 15개의 턴키(설계와 구매, 건설 등을 낙찰자에게 모두 맡기는 방식) 공사를 무더기로 발주한다. 단기간 완공을 위한 조치였다.
기존 설계를 유지하면서 무더기로 발주 공사가 쏟아지자 19개 건설사는 나눠먹기를 모의한다. 당시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은 서울 중구 호텔에 수시로 모여, 짬짜미를 모의했다. 그 결과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상위 6개사는 각각 2개 공구,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1개 공구씩 모두 14개 공구를 가져가기로 사전 합의한다.
실제로 1차 턴키 낙찰 결과를 보면, 현대건설(한강 6공구, 낙동강 22공구), 대림산업(한강3공구, 낙동강23공구), 삼성물산(한강 4공구, 낙동강32공구), GS건설(낙동강 18공구, 금강 6공구), 대우건설(금강1공구, 낙동강 24공구), SK건설(금강7공구, 낙동강 20공구), 포스코건설(낙동강 30공구), 현대산업개발(낙동강 33공구)이 골고루 공사를 수주했다.
국토부는 낙동강 6개 공구의 경우 업체당 1개 공구만 참여하도록 제한했다. 입찰 경쟁에서 떨어진 업체는 낙동강 공구를 아예 수주하지 못하는 것이다. 입찰을 못 받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공구 나눠먹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국토부는 입찰회사 가운데 낙찰이 유력한 업체만 진한 글씨로 표시한 내부문건을 관리하는 등 담합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가 담합 징후를 포착하면 통보해달라고 했지만, '소문'일 뿐이라며 무시했다.
공정위, 1년 넘게 담합 조사 미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