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고공농성, 울산 동구청장은 그랜드캐니언에

권명호 구청장 미국 벤치마킹 연수에 구의원들 "조선 불황과 뭔 관계?"

등록 2017.05.31 11:59수정 2017.06.0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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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이 2014년 12월 16일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 무상급식 축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하면 어릴 때부터 공짜에 익숙해진다" 고 밝혔다. 하지만 권 구청장이 잇따라 해외견학을 떠나자 동구의회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박석철


조선 경기 불황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가 심각한 울산 동구. 현재 지역 경제주력인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삭감과 구조조정 반대를 요구하며 고가도로 고공농성과 울산시의회 옥상 농성을 진행 중이지만 구청장이 외유성 미국 연수를 떠나자 구의회 의원들이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울산 동구의회에 따르면, 동구 공무원들은 25일부터 6월 2일까지 지자체 합동평가 유공공무원 선진지 견학을 떠났다. 이에 권명호 동구청장도 같은 기간 비서실 직원을 대동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권 구청장은 우수공무원 국외 연수와는 다른 예산인 선진사례벤치마킹 예산으로 포상 공무원들과 미국으로 '벤치마킹을 하러' 떠난 것. 여행장소는 샌프란시스코 관광지, 몬트레이 17마일 드라이브 관광, 그랜드캐니언, 자이언트캐니언 등이다.

이에 울산 동구의회 장만복 동구의회 의장과 이생환, 홍철호, 김원배 등 동구의원 4명은 31일 입장을 발표하고 "외유성 국외 연수를 간 권명호 동구청장은 주민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구청장의 외유에서 동구의 조선위기와 접목되거나 관계있는 목적지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동구 경제활성화를 위해 떠났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의원들은 또 "선진지에 가면 좋은 것을 많이 볼 것이지만 포상을 받아 여행을 떠나는 공무원들과, 여비서만을 데리고 미국으로 간 구청장의 국외 여행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나 벤치마킹 보다는 명백한 외유성 국외여행"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에 미국 연수를 떠난 유공 공무원 선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연수를 떠난 공무원이 울산 동구청 기회예산실장, 기획계장, 예산계장 등으로 소위 구청장 측근 내지는 요직부서로 알려진 공무원들이었다.


동구 구의원들은 "현재 동구청 기획예산실 주요업무가 마비된 상태이며 특히 기획예산실장은 해마다 우수공무원으로 발탁되고 해마다 권명호 구청장과 같이 해외 연수를 떠나고 있다"면서 "이번 공무 국외연수가 격무부서의 사기를 꺾는 한편 주요부서로 발탁되기를 바라는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구의원들은 '권명호 구청장은 지역경제가 풍전등화 같은 시기에 외유성 국외 연수를 꼭 가야만 되는 이유를 밝히고 주민들에게 사과할 것', '인사나 우수공무원 선정 등에 있어 주요부서에 편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동구청은 "이번 권명호 동구청장 국외 연수는 선진국의 우수사례를 비교하는 등 동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성장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은 지난 2014년 구청장에 당선된 후 전임 진보구청장이 시행하던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축소해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에 권 구청장은 무상급식 축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을 하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공짜에 익숙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구청장 자신은 2015년 1월부터 2월 말까지 2개월 동안 모두 49회에 걸쳐 1360만 원어치의 식사를 업무추진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무상급식 축소' 울산 동구청장, 두 달 밥값 1360만원 )

#울산 동구청장 #울산 동구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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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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