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오전 10시께 중구청 앞에서 ‘인천 근대산업문화유산 상습파괴범 김홍섭 중구청장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운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2015년에 시민들이 중구와 동구 일대를 돌며 조사한 문화유산을 ‘숨은 보물찾기’라는 이름으로 만든 지도를 펼쳐 보이며 ‘민간이 조사ㆍ연구한 것조차 반영하지 않는 중구의 무능력한 행정’을 비판했다.
김영숙
이 기자회견에서 민운기(스페이스빔 대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는 "어제(5월 30일) 오전에 미리 도착해 막아보려 했지만 철거업체에서 이미 철거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라면서 "중구 일대는 개항기 이후 근대 산업 관련 문화역사유산이 산재한 곳이다. 이것을 살리기는커녕 없애버리고 있다. 민간에서 조사·연구해 전달한 자료조차 활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인천시립박물관이 2012년에 인천 근·현대 도시유적을 전수 조사해 발표한 학술보고서가 있다. 발표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많이 사라졌다"라며 "보고서에 담겼던 보존 리스트가 멸실 리스트가 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2015년에는 중·동구 주민들이 이 일대 골목을 돌아다니며 방치된 건물과 장소를 조사해 '숨은 보물찾기'라는 제목으로 108개를 정리해 지도를 제작했다. 관에서 해야 할 일을 민간에서 만들어줬는데도 정책에 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파괴하고 있는 게 무능력한 행정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중구 관계자는 한 지역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주차장 조성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이곳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의견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민간단체에서 이렇게 조사·연구해 알려줘도 의견을 준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이 기가 막힌다"라면서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임복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중구의 반(反)문화적 관광행정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2012년에 남한 최초의 소주 공장인 '조일양조장'이 철거됐다. 고작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100여 년의 역사적 건물을 무너뜨리고 그곳에 표지석을 세웠다. 앞뒤가 맞는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밖에도 신포동 동방극장과 국일관 건물 철거와 근대 문화재인 답동성당 주변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5월 30일 기습적으로 진행된 철거에 뒤늦게 인천시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동암 정무부시장이 현장에 도착해 건물 철거는 중단됐다. 하지만 건물은 대부분 허물어진 채 벽면만 남아있는 상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남은 건물 일부라도 보전해 문화재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사현장으로 남겨야 한다"며 "인천 전역에 남아있는 근대산업 문화유산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체계적인 보전대책을 민관·전문가 합동으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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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은 근대 건축물 부수고 주차장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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