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논란, "문 대통령 발언 취지는..."

교육부 '1학교 1측정기' 위해 90억 긴급편성... 실효성 두고 의견 엇갈려

등록 2017.06.09 19:51수정 2017.06.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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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련 정책 발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세먼지 관련 정책 발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가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1학교 1측정기' 설치 사업이 교육계에 엇갈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교육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말고 '발언 취지에 맞춰 학교현장의 의견을 들은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0억 들여 1500개교에 측정기 세우겠다는 교육부

교육부는 전국 초등학교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기 위해 우선 90억 2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일, 이 금액이 포함된 추경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전체 6000여 개 초등학교 가운데 우선 1500개교를 뽑아 올해 안에 1개씩의 측정기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 측정기의 가격은 대당 600만 원으로 계산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예산 편성은 지난 5월 15일 "전국 초중고 1만 1000 곳에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미세먼지 측정기 일제 설치 계획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초등학교 550여 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는 경남도교육청은 지난달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세먼지 피해에 취약한 학생을 보호하려는 문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진보교육감은 기자에게 "측정기보다는 당연히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야 한다"면서 "측정기를 달아놓고 그걸로 측정을 한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우려했다. 경기지역 한 초등교사도 "교실이 춥다니까 온도계 달아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환경부도 지난해 12월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 제품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를 낸 바 있다"면서 "현재 교육부가 잡은 측정기 설치 지원비 90억 원은 초중고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의 2배가량을 구입, 관리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정책위원은 "교육부는 측정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기청정기 등도 살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면 교실에 공기청정기가 있는 초중고는 전체 학교의 9.8%인 1160개교다. 이들 학교는 모두 8841대의 공기청정기가 있는데, 학교당 보유 대수는 7.6대다. 하지만 이들 학교 가운데 일부가 관리 부실 등의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도 고민 중..."학교 실정에 맞게 해야"

측정기 구입 예산을 긴급 편성한 교육부도 고민스런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학교는 날마다 미세먼지 문자 통보를 받고 있는데 학교에 일제히 측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그런 의견들이 있어서 국회 논의 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해당 정책에 대해) 확답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측정기 일제 설치를 놓고 벌어진 이 같은 교육계의 혼란에 대해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전체 학교 학생들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라'는 것"이라면서 "교육당국은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드는 것보다 지시의 취지에 맞춰 학교 실정을 냉정히 판단한 뒤 사업을 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세먼지 측정기 #1학교1측정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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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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