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Poulnabrone)약 5,000년 여 전 이 석회암 고원 위에 세워진 이 고인돌에서 30여구의 유골이 발견됐다고 한다.
최성희
점심 식사를 위해 한 작은 마을에 내렸는데, 편의점 하나 구멍 가게 하나 없이 식당이 달랑 두 개뿐인 데다가 운전기사가 추천해 준 곳은 자리를 잡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그나마 좀 덜한 다른 곳으로 옮겨 한참을 줄을 서서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려니 현금만 받는단다.
현금지급기조차 없는 이 작은 촌동네에서 '오갈 데 없는' 관광객을 상대한다는 이유로 이 무슨 배짱인가 싶었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지갑에 마침 딱 식대만큼의 현금이 있었다. 다른 손님들 중에는 현금이 없어서 쩔쩔매는 이들도 있었다.
아침도 못 먹고 내내 굶은 터라 주어진 1시간 반 안에 어떻게든 요기는 해야겠기에 툴툴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노라니, 혼자라서인지 주문한 해산물 크램차우더가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지역 재료들만으로 만든 홈메이드 스타일이라는데, 해산물이 듬뿍 담긴 진한 치즈 맛의 뜨끈한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방금 전까지의 불만스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작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