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앞
이상옥
아가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오고 할머니 앉아 폐지를 주우신다 -<자전거가 있는 풍경>
중국 정주의 거리. 심야 산책을 즐긴다. 아니 걷는다. 밤의 산책자다. 이러저리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어느 저녁에는 많이 아프다. 산책길에 간이 일식 초밥집이 있어 연어회 한 접시 하는 즐거움은 크다.
한 접시가 25위안으로 싸다. 정주는 내륙지역이라서 생선을 먹을 기회가 적다. 주로 육식을 하다 보니, 연어회 파는 곳을 발견한 것은 복음과 같았다. 틈만 나면 산책길에 그곳을 들릴 수밖에.
숙소에서 약 한 시간 코스의 산책길이다. 연어회를 먹고는 기분 좋게 아이스크림까지 사 먹은 날에는 기분이 최고다. 아픈 저녁은 이렇다. 즐거운 마음으로 연어회를 먹기 위해 가는데, 길 가에 한 쪽 다리를 잃은 젊은 남자가 목발을 옆에 두고 반듯이 누워서 허공을 향해 담배를 피우며 상념에 잠긴 눈빛을 하고 있다.
구걸하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언뜻 보이는 눈이 매우 맑고 투명했다. 잠시도 머뭇거릴 수 없어 곧바로 앞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눈빛은 깊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은 연어회를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또 걸었다. 하필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왜, 아픈 풍경뿐이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