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 관람중 많은 눈물을 보인 김정숙 여사님
고상만
<이등병의 엄마>, 이제 다시 또 시작합니다또 한 사람, 기억에 남는 분이 있습니다. 공연이 끝난 어느 날, 혼잡한 자리를 헤치며 저를 찾아온 20대 중반 여성 분이었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자그마한 눈매가 퉁퉁 부었던 그 분은 제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습니다. 고마우면 제가 고맙지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 싶었던 그 분이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은 지난 1월에 남동생이 군에서 사망했는데 자살 방향으로 군헌병대가 수사중이라고 했습니다. 동생을 잃고난 후 가족들의 삶은 삶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연극이 공연된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게된 연극 <이등병의 엄마>. 참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어린 누나의 눈물을 마주할 수 없어 그냥 허리 숙여 손을 잡았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렇게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연극이 이제 끝났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고, 여전히 할 말도 많지만 연극은 끝났고 출연했던 유족 어머니들은 다시 그 아픔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셔야 했습니다.
연극을 통해 얻은 점도 참 많았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유족 어머니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가 많이 치유되었다는 점입니다. 억울하게 자식을 잃고도 누구 하나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데 어찌 그 분들이 마음 편안할 수 있었을까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들이 연극을 하며 보다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또 어느 어머니는 내내 괴롭히던 어지럼증이 사라졌다며 '고생을 강요한' 저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좋은 연극을 만들어 주신 분이 바로 서울연극협회장 출신의 박장렬 연출 감독님입니다. 그리고 이 연극을 기획해 주신 김현 선배님과 배우 김담희, 권남희, 김지은, 권기대. 가수 박창근 님 등 수많은 출연진 덕분입니다. 그렇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2,800여 후원자 분들을 위해 만든 영상이 있습니다. 공연 말미에 상영한 그 영상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등병의 엄마> 공연을 통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힘은 생겼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가시밭길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힘이 없고 여전히 바뀐 현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또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습니다. 서명운동입니다. '연극이 연극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여러분들의 참여가 소중합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해체시킨 <대통령소속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발족시키는 입법촉구 서명운동입니다.
오는 7월 10일까지 총 5만 명 목표로 다음
아고라 청원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 간사이신 이철희 의원께서 내 주신 법안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일입니다. 5만 명이 서명에 참여하면 이후 군의문사 유족이 그 서명부를 <광화문 1번가>에 들고 가서 기자회견후 제출할 생각입니다.
이제 바꿔야 합니다. 더 이상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의무복무 제도가 유지되는 그날까지는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와 같은 민관 합동의 외부 수사기관이 군 사망사고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서명운동에 함께해 주실 것을 청합니다.
목표는 5만 명이지만 여러분들이 서명해 주시고 또 공유로 도와 주시면 그 힘이 연극 <이등병의 엄마>보다 더 큰 힘이 됩니다.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시대를 위해 여러분과 함께 가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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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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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장면... 김정숙 여사 사진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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