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도 이러한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찬사, <미저리> 같은 소설을 떠올리지 않아도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이끌린다. 새롭게 만들었다는 표지 디자인만으로도 손이 간다. 뭔가 대단한 해법과 비범한 비법으로 그 속이 가득할 것만 같다.
조심히 위대한 대마법사의 비밀 노트를 펴듯 책장을 펼친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이야기꾼은 책 머리말에 이렇게 써 놓았다.
"글쓰기에 대한 책들은 대개 헛소리가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은 오히려 짧다. 나를 포함하여 소설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소설이 훌륭하거나 형편없다면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 p.13이 책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비법이 없음을 명시해놓았다. 스스로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소설을 쓰는지 적혀 있으나 이 긴 책을 요약하면 결국은 "많이 읽고, 많이 써라"가 될 것이다. 물론 간간히 저자는 비법을 적어놓는다. 쓸데없는 부사의 나열을 자제하라거나 습작 후 6주간의 숙성기간을 거치라거나. 그러나 핵심은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위대한 이야기꾼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여전히 자신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지 그리고 수많은 자신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생산적으로 쓰였는지를 나열하고 있다. 물론 얼마나 많은 습작을 했는지도 적어놓고 있다. 그러니 무언가 위대한 비법, 비밀스런 해법을 기대했다면 이 책을 실망하기에 충분하다.
그저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문'과 '펜', '종이'라는 대목에서는 힘이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이 위대한 소설가조차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스티븐 킹조차 여전히 책을 읽고 여전히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 그도 한 문장을 몇 번이나 수정하고 고민하는 나날을 보낸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책을 펴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해법'이라는 게 없다는 걸 말이다. 마법 같은 해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나의 매일이 쌓여 이루어지는 마법같은 일이 존재할 뿐이란 걸 말이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비법이 적혀있을 것 같은 책들의 책장을 펴는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8주 안에 44되기'라거나 '공부가 가장 쉬웠다' 류의 책들 말이다. 우리가 이걸 펴는 이유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동기들을 격려하고 날 응원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유혹하는 글쓰기>는 유용하다. 이 책은 솔직하다. 플롯이나 문장론을 남발하지 않고 자신도 모를 '있어 보이기' 위한 비법들을 삭제하고, 경험에 충실해 나로 하여금 내 안의 동기를 다시 유발하므로.
유혹하는 글쓰기 (특별판)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2002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세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