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새만화책 펴냄
새만화책
'이란'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 전쟁, 여성 억압 등... 나도 그랬다. 이 책 <페르세폴리스>를 읽기 전까지는.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출신의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가 2002년 펴낸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969년생인 작가는 열 살 때인 1979년 이란의 왕조가 무너지고 이슬람 국가가 들어서는 대 격변을 맞이한다. 이듬해부터 이슬람정권은 여성들에게 베일을 쓸 것을 강요하고 여자와 남자와 분리되어 학교에 다니도록 했다. 같은 해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해 작가의 10대는 전쟁으로 점철된다. 국가는 어린 소년들에게 금색으로 칠한 플라스틱 열쇠를 쥐어주며 '전쟁에 나가 운 좋게 죽는다면, 이 열쇠가 천국으로 이끌 것이다'라고 말한다.(105쪽) 작가에게 가장 섬뜩한 상상을 불러온 말은 '전쟁에서 죽는 것은 사회의 동맥에 피를 주입하는 것'(121쪽)이었다.
전쟁과 억압을 피해 작가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유럽으로 건너온다. 이슬람 문화에서 십대의 절반을 보낸 터라 적응은 더디고 힘들다. 유럽에서 그는 이슬람 문화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 예를 들어 마리화나, 연애, 동성애 등을 마주하며 혼란을 겪는다. 4년 후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이란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이곳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작가는 미술대학에 들어가 베일을 쓴 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하며 살아간다.
이후 작가는 프랑스로 이주했고, 친구들의 권유로 만화 <쥐>를 만나게 된다. <쥐>에서 큰 영감을 받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는 책에서 외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나는 이란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큰 소리로 외친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궁전으로 강력했던 제국을 상징한다.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 <100℃> (최규석 글·그림, 창비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