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발전사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이란 역사문화기행 40] 테헤란 유리도자기박물관 1: 유리

등록 2017.06.27 15:45수정 2017.06.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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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도자기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유리도자기박물관
유리도자기박물관이상기

골레스탄궁을 보고 난 우리는 걸어서 이맘 호메이니역으로 간다. 이맘 호메이니역은 테헤란 시내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다. 그것은 이맘 호메이니역에서 남북을 잇는 지하철 1호선과 동서를 잇는 지하철 2호선이 만나기 때문이다. 이 역 주변에는 관공서, 은행, 박물관, 사원 등이 밀집해 있다. 대표적인 관청으로 외무부가 있고, 그 주변에 이란 주재 외국대사관이 많다. 대표적인 박물관으로는 이란 국립박물관이 있다.


우리는 이맘 호메이니역 근처에 있는 레자 그레이트 바자르에서 점심을 먹고, 바자르를 잠시 구경한다. 기념품은 이미 쉬라즈와 이스파한에서 샀기 때문에 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 유리도자기박물관으로 간다. 걸어가면서 테헤란 도착 첫날 관람했던 이란 국립박물관을 지난다. 그리고 외무부를 지나 이란 유리도자기박물관으로 간다. 중간에 테헤란 한인교회도 있다.

 유리 원석과 녹은 유리
유리 원석과 녹은 유리이상기

이란 유리도자기박물관은 1920년대 아흐마드 카밤(Ahmad Qavam)의 사저로 처음 지어졌다. 1953년 이후 이집트 대사관이 되었으나, 압둘 낫세르(Abdul Nasser)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란과 이집트 사이가 나빠져 단교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이 건물은 다시 이란 상업은행 소유가 되었고, 1976년 팔레비 왕비가 설립한 파라 팔레비 재단에 팔렸다. 그리고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국유화되어 1980년 유리도자기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2층 건물로 각 층마다 하나의 복도와  세 개의 전시홀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 전시된 도자기는 그 역사가 기원전 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유리는 기원전 1,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층 복도에는 유리 재료와 색을 내는 광물질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을 녹여 만든 유리판이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깨진 상태의 유리도 전시되고 있다.  

초가잔빌에서 발견된 오래된 유리

 초가잔빌에서 발견된 채색 유리막대
초가잔빌에서 발견된 채색 유리막대이상기

우리는 미나 홀(Mina Hall)에서 고대 엘람시대 초가잔빌 유적에서 발굴된 유리제품부터 살펴본다. 이것은 기원전 13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채색 유리막대다. 푸른색과 갈색이 교차하며, 막대 안에 구멍을 냈다. 이것은 창문의 고정용 막대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고, 의식용 도구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그 옆에는 1세기 소아시아 지방에서 발견된 1세기 유리 사발이 있는데, 완성도가 대단히 높아졌다. 그것은 반투명으로 색깔이 있고, 진주빛이 나기 때문이다.


 유리 목걸이
유리 목걸이이상기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한 불투명 유리제품이 있다. 색깔이 다양하고 15종이나 된다. 기원전 5-6세기 제품으로 추정된다. 거의 같은 시기 제품으로 투명도가 약간 있는 유리제품도 9종이 있다. 그리고 팔찌와 유리 목걸이도 있다. 팔찌는 둥근형과 각이 진 형 두 가지가 있고, 색은 카키색과 푸른색 계열이다. 투명도는 반투명에서 불투명까지 있다. 유리 목걸이는 기원전 3-4세기 길란(Gilan)에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푸른색과 베이지색으로 유리구슬을 엮어 만들었다. 색이 밝고 투명한 편이다.

 참외모양 유리병
참외모양 유리병이상기

손잡이가 달린 유리병도 여러 점 보인다. 그런데 이들 제품은 색 외에 문양이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투명도도 높아지는 느낌이다. 물고기 문양을 넣은 그리고 참외처럼 양각된 병도 보인다. 이들 유리제품은 표면이 거친 것부터 반질반질한 것 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대개 기원전 7세기 엘람시대부터 파르티아시대까지 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아케메네스시대와 파르티아시대 한 단계 발전한 유리 산업

 아케메네스시대 페르세폴리스에서 나온 유리용기
아케메네스시대 페르세폴리스에서 나온 유리용기이상기

볼루르 홀(Bolour Hall)에 가면 훨씬 더 세련된 유리제품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기원전 5세기 아케메네스시대부터 로마의 영향을 받은 파르티아시대 글라스까지 수준 높은 전시물이 있다. 그것은 로만 글라스로부터 배운 불어서 모양을 만드는 기술과 자르고 붙이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으로 기원전 5세기의 유리병이 있다.

 파르티아시대 유리병
파르티아시대 유리병이상기

그러나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아케메네스시대 페르세폴리스에서 나온 반투명 유리용기다. 연꽃이 피어난 것처럼 가운데가 잘룩하고 상단부가 꽃처럼 펴진 모양을 하고 있다. 몰딩 프레스 기법으로 만든 것 같다. 조명을 비추니 환한 모습으로 피어난다. 파르티아시대 작품으로는 손잡이 달린 네모난 물병이 있다. 특이하게도 병에 모자이크 장식을 했다. 사방에 선을 그어 유리가 튀어나오게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기술이 부족한 건지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청색유리병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청색유리병이상기

이런 종류의 유리병의 한쪽에 6개나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병의 몸통이 사람 얼굴이다. 색깔도 진주, 청색, 갈색 등으로 다양하다. 기원후 1-2세기 시리아 지역에서 나온 각이 지고 손잡이가 달린 유리병도 명품이다. 정사각형과 원통형 주둥이가 이음새 없이 만들어진 기술이 뛰어나다. 펜을 사용하던 시절의 잉크병보다 예술적으로 훨씬 더 차원이 높다. 같은 스타일이면서 상하가 긴 유리병도 있다.

 기원후 3세기 아제르바이잔의 유리 비커
기원후 3세기 아제르바이잔의 유리 비커이상기

기원후 3세기 유리병에 오면 두께가 훨씬 얇고 투명해진다. 그것은 그만큼 유리 다루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나온 게 하나 있고, 발견 장소를 모르는 게 하나 있다. 그런데 아제르바이잔 것에는 무늬까지 들어가 있어 수준이 한결 높다. 유리 비커인데, 상단부 하단부로 나눠 타원형과 줄무늬를 넣었다. 이처럼 유리공예의 수준은 점점 높아진다.

유리제품의 몰딩과 커팅 기법을 확대한 건 사산글라스

 2-3세기 만들어진 손잡이 달린 물병
2-3세기 만들어진 손잡이 달린 물병이상기

사산시대 초기 유리제품으로는 길란에서 나온 유리그릇이 있다. 외부가 벌집처럼 각이 지고 내부는 불을 비추니 반투명으로 보인다. 비슷한 것이 네 점이나 있다. 이것은 아제르바이잔에서 나온 비이커에 비해 유리가 훨씬 두껍고 불투명하다. 공예기술이 떨어진 걸까? 이와 비슷하지만 예술적인 측면에서 더 우수한 것이 기원 후 2-3세기 만들어진 손잡이 달린 물병이다. 자르고 붙인 기술이 뛰어나고, 색깔도 붉은 빛에 진주빛을 가미했다.

사산시대 유리제품은 상대적으로 두껍고 불투명한 경향이 있다. 그것은 병이나 그릇 외부에 올록볼록한 모양의 장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식은 몰딩과 커팅 기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산시대를 대표하는 유리제품으로는 색깔과 모양이 다른 명품이 세 점 있다. 하나는 포도주잔으로, 또 하나는 술병이나 물병으로, 또 다른 하나는 향수병으로 사용되었을 것 같다.

 비취색 물병
비취색 물병이상기

포도주잔은 파란색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진다. 밖을 오목하게 만들어 몰딩과 프레싱 기법을 보여준다. 술병 또는 물병은 이 셋 중 예술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볼록하게 모양을 낸 것, 긴 목을 만든 것, 입구를 밖으로 벌어지게 한 것이 미학적으로도 뛰어나다. 색은 비취색 계열이다. 향수병은 비커형을 변형시켜 안정감이 두드러진다. 베이지색 계열이어서 투명도가 높아 보인다.  

사산시대 유리제품은 장식장을 만들어 그 안에 다량으로 배치했다. 이곳에는 사산시대뿐 아니라 그 후 시대의 것들도 있어, 유리제품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대신 크기가 작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에는 또 5세기 알마쉬(Almash)에서 나온 문양이 없는 유리제품도 있다. 접시와 비커 모양인데, 마치 옥으로 만든 제품처럼 보인다. 그것은 색깔이 옥색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8-13세기 이슬람시대 만들어진 최고의 유리제품들

 이슬람시대 유리제품
이슬람시대 유리제품이상기

이슬람시대 이후 유리제품을 보기 위해 우리는 박물관 2층으로 간다. 그곳 사다프(Sadaf Hall)에 8-12세기 이슬람시대 유리제품이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시대 들어오면서 유리제품은 모양이 훨씬 더 다양해지고, 조각이나 문양이 화려해진다. 화학의 발달로 인해 유리의 색깔을 내는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색깔을 내는 기법이 무려 58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11세기에는 유럽의 안달루시아에서 유리거울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유리 제조기술의 발전은 압바스 칼리프시대인 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사산시대 제조기술인 유리 깎아내기(glass-carving)와 로마시대 제조기술인 실처럼 길게 늘이기(thread-trailing)를 결합시켜 12세기 셀주크시대 이르러서는 최고의 유리 기술을 선보이게 되었다. 이때 이르러 거의 색이 없는 투명한 유리에 장식을 새겨 넣고 색을 더하는 일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슬람시대 유리제품
이슬람시대 유리제품이상기

이슬람시대 유리 제조기술의 중심지는 시리아와 호라산이었다. 특히 호라산의 니샤푸르는 이슬람시대 유리제조산업의 성지였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이 이곳에 상당수 전시되어 있다. 유리컵, 유리병, 유리주전자가 많고, 비커와 램프 같은 특별한 것도 만들어졌다. 유리컵은 가장 단순하기 때문에 무늬와 색 그리고 글자를 넣어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유리병은 목을 길게 만들어 날렵함을 강조했다.

특이한 것이 하나 있는데, 자라형 물병이다. 자라가 목을 길게 뺀 형상으로, 조각까지 뛰어나다. 두 마리의 물고기, 두 마리의 새, 두 마리의 아이벡스가 표현되었다고 하는데, 물고기 정도만 보인다. 이슬람시대 유리병 중 최고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유리주전자도 조형성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주전자는 손잡이가 있기 때문에 만들기가 더 어렵다. 하나는 양각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고, 다른 하나는 형태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슬람시대 명품 유리병
이슬람시대 명품 유리병이상기

그런데 이곳에는 시리아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유리병이 하나 진열되어 있다. 흰색 바탕에 에나멜로 칠을 하고 그 위에 파란색으로 아랍어를 양각했다. 그리고 새겨진 글이 아랍어 시라고 한다. 높이가 35.5㎝ 지름이 20㎝ 주둥이 지름이 5㎝로 크지는 않지만 명품 중 명품이다.

이들 외에 계량용 용기가 여러 점 있다. 일정량을 측정하기 위해 눈금이 있는 것도 있다. 이들은 10세기 전후 고르간과 니샤푸르에서 제조된 것으로 일반 유리제품과는 모양이 상당히 다르다. 실용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 외 유리 스탬프가 있다. 스탬프에는 아랍어 또는 페르시아어가 적혀 있다. 이슬람 시대에는 이처럼 글씨가 유리제품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

 새 모양 향수병
새 모양 향수병이상기

또 유리에 장식이 더 많은 제품도 또 다른 곳에 진열되어 있다. 주둥이 부분에 특히 장식이 많다. 심지어는 병의 몸통 아래 다리까지 붙여 마치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만들었다. 용도는 향수병이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높이가 11.5㎝ 폭이 4.5㎝ 밖에 안 될 정도로 작다. 그렇지만 향수병 중 최고의 명품이다.

 9-12세기 고르간과 니샤푸르 유리제품
9-12세기 고르간과 니샤푸르 유리제품이상기

이들 옆에는 비슷한 시기 고르간과 니샤푸르에서 만들어진 유리제품이 벽 진열대에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들도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한 군데 있다 보니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는 램프, 잉크 통, 약함 또는 향료함, 덮개가 있는 그릇 등 그 용도가 다양한 유리제품이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18세기 카자르시대 이후 만들어진 근현대 유리제품을 살펴본다. 이들은 우리가 그동안 본 제품에 비해 장식과 색채는 화려하지만,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것은 대량생산되어 희소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동안 궁전과 저택에서 많이 본 것들이어서 관심이 덜 가는 측면도 있다. 예술에서도 희소성의 법칙이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유리도자기박물관 #유리 막대 #파르티아시대 유리 #사산시대 유리 #이슬람시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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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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