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있는데도 회장은 노조파괴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무엇이 문제인가 ①]

등록 2017.07.08 08:17수정 2017.07.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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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완성차만이 아니라 부품사, 철강,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30여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리고 재벌이다. 특이한 점은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는 부품사의 노조들이 기업의 노조깨기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 재벌 그룹 중 유일하게 노무담당 그룹부회장이 있는 그룹으로 노무관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계열사의 노무관리만이 아니라 부품사 노무관리도 진행하고 있어 부당노동행위(노동법 상  하청업체의 노사관계 개입 불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7년 5월 부품사인 유성기업의 노조를 깨는 행위로 현대차와 임원진이 기소됐다. 부품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형사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이에 유성범대위는 현대차그룹의 부품사 노조파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기자말

우리는 왜 힘들게 노동조합을 지키려 싸우는가? 7년째 싸우면서 해마다 묻는 질문이다. 역사적으로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기업(자본)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무너뜨렸다.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이지만 얼마나 어려운지는 노조조직률(10%)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경험에서 노동조합이 깨지는 게 노동자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말하고자 한다. 

유성기업은 자동차 부품 중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 실린더 라이너, 캠샤프트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회사의 역사가 60년이 되고 노동조합의 역사 또한 이와 비슷하다. 87년 이후 노동조합은 민주노조로 성장했고 회사와 동등한 관계에서 교섭하고 투쟁하고 타결했다. 최소한 2011년 5월 18일 직장폐쇄 즉, 노조파괴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동안 유성지회에서 통상 임금 및 단체협상은 회사 내에서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수차례의 교섭을 통한 이해조정과 노동부의 조정을 받아서 투쟁 수위를 조금씩 올려가는 정도로 회사에 요구하고 타협하는 관계였다. 투쟁이 있었지만 평화로웠다. 그러나 노조파괴는 기본적으로 사측과 노조의 대화 단절이었고, 그리고 사측의 모든 불법 행위는 법의 판단이 날 때 매듭지어졌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일단 당장 해고 시켜놓고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오라는 것이 노조파괴다. 현장은 관리자들의 부당한 임금삭감과 감시, 그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징계, 고소 등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회사는 단체교섭도 응하지 않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의 배경

노조파괴의 목적은 기존의 노사관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노사관계가 아니라 노조가 없는 (또는 노조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는) 현장을 원한 것이었다.

7년간의 투쟁의 과정과 결과를 돌아보면, 현대자동차는 부품사를 재정비해서 수직서열화하였고, 그 과정에서 부품사 노조를 파괴해왔다. 일감을 몰아주고 공장과 물량 재배치, 그리고 노사관계까지 그룹에서 관리하는 '수직계열화'다. 부품사까지 수직계열화 되다 보니 당연히 부품사가 독자적으로 노조의 요구나 입장을 수용하며 독립적인 노사관계는 불가능하다. 2011년 유성기업이 직장폐쇄될 당시 공장 내에 상주하고 있던 현대차 총괄이사의 차량에서 발견된 '유성기업(주) 쟁의행위 대응요령'이라는 유성기업 사측의 대외비문건이 증거다. 그 문건의 '유성기업 주간연속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및 추진방향'이라는 부분은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현대기아차그룹의 부품사 노사관계 개입을 보여줬다.


2010년 발레오 만도는 경비노동자 비정규직 문제로 파업을 유도해서 노조를 파괴했고 회사에 협조하는 어용노조를 설립했다. 모든 노조파괴 사업장의 같은 패턴이었다. "적대적 노사관계 도발 - 파업유도를 통한 공격적 직장폐쇄 - 어용노조(복수노조)의 설립 - 대량징계·고소고발, 차별적 처우-민주노조 조합원 탈퇴"라는 식이었다. 그 과정에 엄청난 괴롭힘이 있었다. 2011년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그것을 노조파괴에 악용한 것이다. 노조파괴를 계획하고 실행한 곳은 창조컨설팅이었다. 모든 게 준비된 듯 착착 움직였다.

이명박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에 의한 법제도 정비가 있었고, 현대자동차는 부품사노조(금속노조)를 파괴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창조컨설팅은 복수노조를 준비하고, 조합원을 징계하며 탄압하는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이때 정부(노동부, 경찰, 검찰)는 사측의 범죄 사실을 눈감아줌으로써 노동조합이 파괴되는데 협력해 왔다. 자본과 정권이 한 몸이 되어 민주노조를 파괴했던 것이다.


겨우 노동조합이 없어지는 것인데 노동자들이 고통스러운 이유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듯이 노동자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회사 사장에게 혹은 부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 노동조합이 무너지고 회사가 만든 노동조합(어용노조)에 가입했을 때 달라지는 건 무엇인가.

노조파괴가 되고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이 바로 현장의 질서, 노동자 간의 관계다. 그 전에는 서로 존중하고 협조를 구하는 관계였다면, 노조파괴가 된 후의 관계는 관리자는 직장상사로서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체계가 됐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하지 않으면 잔업과 특근에 대한 불이익이 생겼다. 그리고 공장 안에 있던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수십 년 간 정규직이었는데 어느 날 비정규직이 되었다. 게다가 징계도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고 조합 활동은 모조리 축소시켰다. 노조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됐다.

이 나라의 법은 무엇을 했는가?

2011년, 겨우 2시간 파업을 했는데 유성기업은 직장폐쇄를 했고 노동부는 이를 일사천리로 받아주었다. 대포차로 인도로 돌진해서 16명을 치고 달아났는데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만 적용했다. 현장에 불법으로 몰래카메라(CCTV가 아님)를 설치했는데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이것이 정부기관이 보여준 대표적인 사측의 불법행위 봐주기였다. 법이라는 명분을 걸고 회사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탈했고 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몰려 죽어갔다.

6년을 싸워서야 유시영 회장을 겨우 구속시켰고 현대자동차에 대한 공소시효 3일을 남겨놓고 검찰기소가 가능했다. 만약에 민주노조가 투쟁을 하지 않았다면? 포기했다면? 아마도 유성기업 사태의 책임은 오로지 강성노조의 불법으로 왜곡하고, '민주노조의 책임'이라고 전가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사업장의 노조파괴를 지시했을 것이다.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피해자에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원상회복이다.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피해를 복구시켜줘야 한다. 그러나 유성기업 유시영은 감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조파괴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노조파괴 지시에 대한 기소가 결정 난 지금도 현대자동차는 어떠한 사과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악질적인 노조파괴와 괴롭힘으로 한광호 열사가 목숨을 잃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들이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게 하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 노동조합 활동으로 교섭하고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침해한 사실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 지난 5월 유성기업 '노조 파괴'에 개입한 혐의로 현대자동차 법인과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지만 아직까지 재판이 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처벌 없이 반성 없고, 반성 없이 현장 노동자들의 숨을 죄는 부당노동행위의 중단은 없을 것이다. 엄중한 처벌만이 유성기업사태 해결의 실마리다. 법원이 더 이상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필자는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장입니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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