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난 금강엔 죽은 물고기 둥둥... "여기가 늪지인가요"

[김종술 금강에 산다] 사체 전시장 된 금강... 구더기 들끓고 악취 진동

등록 2017.07.13 18:20수정 2017.07.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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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보가 보이는 강물 속에 대형 잉어가 죽어있다.
공주보가 보이는 강물 속에 대형 잉어가 죽어있다. 김종술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폭염 특보가 발령됐다.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는 낮은 물가에 쌓이고 있다. 죽은 물고기도 흔하게 발견된다. 기온이 오르면서 사체는 썩어 구더기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한다.

13일 찾아간 공주보 주변으로 악취가 풍긴다. 강변에서 풍기는 악취의 원인을 찾아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바지장화로 갈아입었다. 낮은 물가는 온통 쓰레기가 밀려왔다. 최근 장맛비에 떠내려온 것이다. 수박 같은 농작물부터 차량 타이어,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까지 둥둥 떠다닌다.

지난 4월부터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다니엘 수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발밑에는 커다란 잉어가 죽어있다. 빳빳하게 굳은 물고기를 만져보니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다. 주변엔 자라가 허연 배를 뒤집고 죽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구더기가 들끓고 있다.

손가락 크기의 작은 물고기도 죽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온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다. 물고기엔 쇠파리가 윙윙거린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두꺼운 바지장화 속에서 온몸은 비 오듯이 땀을 쏟아낸다.

공주보 우안 수변공원으로 이동했다. 둔치에 잡풀이 무성하다. 수풀을 헤치고 다시 찾아 들어간 물가는 초록색 개구리밥 천지다. 물속으로 들어가자 온통 펄밭이다. 무릎까지 발이 빠져서 한 발 내딛기도 힘들다.

 공주보 상류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
공주보 상류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김종술

물속 쓰레기 속에는 붕어, 잉어, 눈불개, 자라 등 사체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지경인 새도 죽었다. 썩은 악취와 쇠파리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공주보 보트가 빠른 속도로 강물을 내달리자 파도가 밀려온다. 죽은 물고기도 둥둥거리며 밀려온다.

"여기가 늪지인가요."
"드넓게 펼쳐져 있던 모래밭은 어디로 갔나요."


 공주보 상류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
공주보 상류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김종술

취재차 금강을 찾았다는 EBS 방송팀이 묻는다. 금강의 민낯을 들킨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들은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피부병이 걸려서 죽어가는 너구리를 찾아왔다(관련 기사: 파리 잔뜩 붙은 너구리... 금강이 죽고 있습니다).

엊그제 수거한 쓰레기는 여전히 강변에 방치되어있다. 다시 몇 발짝 걸었다. 팔뚝만 한 눈불개가 배를 뒤집고 입만 뻐금거린다. 손으로 만지자 빳빳하게 굳어가던 물고기는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파르르 떤다. 죽어가는 것이다. 주변엔 허연 붕어가 죽어있다.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눈불개 옆에는 대형 붕어도 죽어있다.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눈불개 옆에는 대형 붕어도 죽어있다.김종술

다니엘 수녀가 한마디 한다. "어떡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죽어가네요. 살릴 수 없을까요"라며 눈가가 붉어진다. 말없이 공주보를 바라보던 수녀는 "오늘도 금강은 바람이 물길을 결정하네요. 바람이 상류로 불면 강물은 상류를 타고 흐르니까요"라며 말문을 닫는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처참하다. 수십만 마리에서 수만, 수천, 수백, 수십 마리로 마릿수만 줄었을 뿐 멈출 기미가 없다. 어제도 죽었고 오늘도 죽었다. 제발 내일은 죽은 물고기를 보지 않기를 바라며 강물을 나왔다.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낮은 물가에 쌓였다.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낮은 물가에 쌓였다. 김종술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낮은 물가에 쌓였다.
장맛비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낮은 물가에 쌓였다. 김종술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해 수문개방을 지시했다. 그러나 4대강에 참여한 부역자들은 농민들을 팔아서 수문개방 대신에 공주보의 수위를 20cm 낮췄다. 20cm 수위저하로는 수질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강바닥은 펄로 뒤덮고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최악의 오염 지표종만 득시글하다.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죽어야만 수문을 개방할 것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고라니가 뛰어다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끓이지 않던 금강의 옛 기억이 가물거린다.

 공주보 상류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
공주보 상류 강물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은 물고기가 썩어가고 있다.김종술

#4대강 사업 #물고기 집단 폐사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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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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