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캡과 쿨토시로 무장한 전단 배포 노동자들은 주변의 '빈손'을 찾고 있었다. 혜화역에서 만난 그들.
유동화
"당뇨에 걸린 지 35년 정도 됐어요. 집에만 있으니 건강 상태가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전단 배포일을 시작했어요. 생활비를 벌어야 하거든요."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만도 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족이 없다.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친지도 없고, 딱히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돈을 벌 수 있는 기술도 없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선택지는 매우 국한적이다. 결국 그는 전단 배포일을 택했다. 전단 배포는 그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한 시간에 1만 원 벌어요. 꽤 쏠쏠해요. 하루에 3시간 일하니까 3만 원 버는 거죠." 1일 3만 원. 김혜미씨 삶의 버팀목이다. 전단 배포일은 투병하느라 늘 집에만 있었던 그에게 '세상 사람들과 접촉하는 통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는 매일 자신을 투명인간처럼 대하거나 귀찮다는 듯 흘겨보고 지나가는 시선과 마주한다. 김혜미씨의 말에 따르면 이 동네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일을 하는 이의 상당수는 '50·60대' '가난한' '여성'이라고 한다.
"올해 8월이면 이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돼요. 처음에는 전단을 건네는 저 자체를 무시하는 사람이 많아 속이 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3년 정도 지나니 일상이 되어버려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졌어요. 세월이 흐르니 전단 받아가는 사람들의 인간성도 어느 정도 보이더라고요. 이런 일 하는 사람을 우습게 보는 거죠. 때론 서럽기도 해요."3시간 동안 김혜미씨가 사람들에게 건네는 전단은 하루 평균 500장. 일을 하다가도 팔이 쉽게 저려온단다. 여름이면 더위에 처지고, 겨울이면 추위에 손끝이 시리단다. 그래도 그는 지금까지 세 번의 여름과 세 번의 겨울을 길바닥 위에서 버텨왔다.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단속 무서워요... 떳떳하게 일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