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천개의바람
그림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서 생각해 봅니다. 아기한테서 어버이는 으레 두 가지 마음을 읽습니다. 하나는 울음을 바탕으로 이 울음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읽어요. 다른 하나는 웃음을 바탕으로 이 웃음이 무엇을 가리키는가를 읽지요.
배고파서 울 수 있고, 졸려서 울 수 있어요. 고단하거나 싫어서 울 수 있고, 짜증스럽거나 아파서 울 수 있어요. 더워서 울거나 놀라서 울기도 해요.
배불러서 웃을 수 있고, 놀고 싶어 웃을 수 있어요. 기쁘거나 신나거나 재미나서 웃을 수 있고, 반갑거나 좋거나 놀라워서 웃을 수 있어요. 시원해서 웃거나 새롭기에 웃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웃는다.사람이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배우는말 아닌 말이, 웃음이다.사람을 사람답게 하는먼 옛날 세상의 처음부터 있었던 말.(10쪽)웃음짓 하나로 백 마디 말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로 백 가지 웃음짓을 그릴 수 있습니다. 웃음만 짓기에 모든 마음이나 말을 나타내지는 않아요. 그리고 말로 모든 마음이나 웃음을 그리지 못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웃음을 짓고, 때로는 술술 이야기를 말로 풀어내요. 때로는 웃음을 그치고, 때로는 입을 닫고 조용히 있어요.
말을 이것이나 저것을 가리키는 이름일 적도 있으나, 우리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는 무늬나 그림일 적도 있습니다. '아!'나 '오!'라고 짧게 내뱉는 말로도 우리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요. '좋아!'나 '미워!'나 '기뻐!' 같은 말로도 우리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지요.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고 쓴웃음을 짓기도 해요. 깔깔웃음을 짓다가 너털웃음을 짓기도 하고요.
아기는 울음하고 웃음으로 제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나타내다가, 어른 곁에서 찬찬히 사랑을 받으면서 말로 제 느낌이나 마음이나 생각을 새롭게 그리는 길을 익힙니다. 말을 다룰 줄 알면서 어른이 되어요. 말을 새롭게 지을 줄 알면서 철이 듭니다. 이러는 동안 말마디에 서린 웃음하고 울음을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씩씩하게 자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