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그림. 아이한테 '무엇', 이른바 '장애'가 있든 없든 아이는 언제나 상냥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씨드북
작은 냄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결국 숨어 버리기로 했어요.그러면 더 편해질 것 같았어요.오랫동안 그러고 있었죠.그러자 사람들은 아나톨을 조금씩 잊어버렸어요.아무도 아나톨에게 말을 걸지 않았어요. (16∼18쪽)
가만히 보면 온누리 모든 아이는 다 다릅니다. 같은 아이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런데 사회라는 틀에서는 모든 아이를 '똑같은 아이'로 맞추기 마련이에요. 여덟 살이 되면 초등학교 1학년이어야 한다든지, 열네 살이 되면 중학교 1학년이어야 한다는 틀에 아이들을 맞추려 하지요.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에는 대학교에 가야 한다는 틀이 있고, 대학교를 마친 뒤에는 돈을 버는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는 틀이 있어요. 돈을 버는 일자리를 얻고서는 짝꿍을 만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틀도 있고, 새로 낳는 아이를 또 학교에 보내고 …… 하는 틀이 있어요.
모든 아이가 이러한 틀에 맞추어서 움직여야 할까요? 모든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에다가 초·중·고등학교하고 대학교라는 틀에 따라서 배움길을 걸어야 할까요? 좀 다른 배움길을 걸으면 안 될까요? 굳이 회사원이나 공장 일꾼이 안 되면 안 될까요?
돈을 안 벌고 시골에서 조용히 흙을 지을 수 있을 테고, 구태여 회사에 나가지 않고서 집에서 차분히 살림을 할 수 있어요. 텔레비전을 집에 안 들이고 살 수 있지요. 연예인도 운동선수도 까맣게 모르는 채 살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