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5차 공판 출석국정농단 방조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5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권우성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지시로 '캐비닛 문건'을 작성했다는 직접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44차 공판에서는 이영상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 17일 청와대가 발표한 캐비닛 문건 중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등을 쓴 자필 메모의 주인공이다. 2014년 6월부터 약 2년 간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그는 현재 대검찰청에 소속된 현직 검사다.
이날 이 전 행정관은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자필 메모 등 보고서를 직접 작성했다"라고 밝혔다. 문건의 존재와 내용을 전혀 모른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내용이다.
"우병우 당시 비서관으로부터 '삼성과 관련해 검토해보라' 지시 받아" 이 전 행정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초 지시는 2014년 6월이다. 그때 청와대에 갓 입성한 그는 우병우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과 관련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삼성리포트' 작성 준비에 들어갔다. 이때 우 전 수석이 '경영권 승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으로 유고가 길어져 관련 논의가 활발한 시점이었다. 이 전 행정관이 자연스럽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였다.
민정비서관실의 '관심사'는 이 전 행정관이 직접 작성한 A4용지 두쪽 분량의 자필 메모에서 잘 드러난다. 요약하자면 정부가 삼성 경영권 승계를 돕고 서로 '윈윈' 하자는 하나의 시나리오다. 구체적 내용은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등이 기재됐다.
이 전 행정관은 이와 같은 내용에는 우 전 수석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메모는 '삼성리포트' 검토가 상당히 진행된 시점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중간 보고와 회의 내용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최종 보고서는 메모 내용과 같은 기조로 작성됐으며, 이는 지시자인 민정비서관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관련 기사, '지주회사 제도 개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 발의안' 출력물 등이 자필 메모와 함께 하나의 클리어 파일에 담긴 채 발견됐다.
다만 이 행정관은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 구체적 방법을 찾아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 "기업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 유인책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리포트 전제였다"라고 했다. 또 해당 보고서가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을 넘어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변호인 측은 이런 내용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문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최종경영자로 안착할 수 있다'는 메모 내용 등을 근거로 해당 문건이 공소사실과 연관돼 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했다. "메모나 보고서의 핵심은 경영권 승계를 도와줄지가 아니라 삼성이 국가경제에 어떻게 기여할지 유도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이 실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랐으며 구체적 실행방안도 마련한 적 없다는 이 전 행정관의 증언도 그 근거로 댔다.
하지만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당시 현안을 충분히 인식했고 지원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증언으로 입증됐다"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실행 여부는 문건 작성이 시작된 시기 김영한 전 민정수석 수첩에 '삼성 승계과정 모니터링'이란 메모가 기록됐고, 같은 달에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상황을 잘 챙겨봐 달라'고 지시한 점에서 잘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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