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 현정의 <일본표해록> 항로 탐사

[고베여행기 5] 풍계 현정의 일본 표류기에서 200년전의 일본습속을 엿보다

등록 2017.07.31 15:38수정 2017.07.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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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유일 범선인 코리아나호는 고베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국제범선축제에 초대 받았습니다. 여수에 선적을 둔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필자는 정채호 선장을 포함한 14명의 지인들과 12일간(7.10~7.21)의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말

a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사람들을 위해 선상강의를 하고 있는 생활문화아카데미 궁인창 대표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사람들을 위해 선상강의를 하고 있는 생활문화아카데미 궁인창 대표 ⓒ 오문수


19일, 국제범선축제가 끝난 코리아나호는 고베항을 떠나 여수로 향했다. 여수까지 3일간 긴 항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한 항해를 달래기 위해 선상강의를 준비했다.

이날의 강사는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씨다.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군에서 군종법사를 역임한 그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교화부장을 역임한 뒤  강화도 소재 전등사 기획국장을 지냈다. 

박학다식한 그는 불교뿐만 아니라  IT분야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춰 전국으로 다니면서 강의를 한다. 궁인창씨가 준비한 주제는 '풍계 현정의 <일본표해록> 항로 탐사기'다.

불상 싣고 대흥사로 향하던 현정 스님, 태풍 만나 7개월 동안 일본 머물러

a  풍계 현정의 <일본표해록>. 200년전 일본에 표착했던 현정스님이 일본의 풍속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책이다

풍계 현정의 <일본표해록>. 200년전 일본에 표착했던 현정스님이 일본의 풍속에 대해 자세히 기록한 책이다 ⓒ 오문수


<일본표해록>은 풍계 현정 스님이 1821년에 저술한 것으로 <한국불교전서> 제10권에 수록되어 있다. 현정은 해남 대둔사(현재의 대흥사) 완호 윤우의 요청으로 경주 불석산에 가서 천불(千佛)을 조성했다.

그 중 232위는 작은 배에 싣고 768위는 큰 배에 실어 해남 대둔사를 향해 갔으나 부산 앞바다에 이르러 태풍을 만나게 되었다. 작은 배는 무사히 해남에 도착했으나 현정이 탄 큰 배는 나가사키에 표류하여, 약 7개월 동안 일본에서 머문 후 조선으로 돌아왔다. 분량은 많지 않으나 현정을 비롯한 27명이 일본에서 겪었던 일본의 풍습이 흥미롭게 기록된 책이다.


대화재로 소실된 대흥사 재건 위해 천불전 조성

a  해남 대흥사 천불전 모습

해남 대흥사 천불전 모습 ⓒ 대흥사 제공


해남대흥사는 호국정신과 법희선열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량으로 875년(신라 헌강왕1) 도선국사가 당에서 귀국하여 비보사찰로 500개의 사찰을 지을 때 함께 창건하였다. 이어 서산대사가 대흥사를 "3재가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만세토록 파괴됨이 없는 곳"이라며 선교 양종의 대사찰로 발전시켰다.


1811년 (순조11년) 2월 야간에 대둔사 사찰 창고를 방문한 완도 가리포 첨사 일행의 횃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지장전, 팔해당, 용화전, 적조당, 천불전, 대장전, 약사전, 가허루 등 여러 전각이 소실됐다.

a  고베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국제범선축제에 참가한 코리아나호 모습. 귀국하는 길에 현정스님이 표착했던 오시마섬을 둘러보았다

고베개항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국제범선축제에 참가한 코리아나호 모습. 귀국하는 길에 현정스님이 표착했던 오시마섬을 둘러보았다 ⓒ 오문수


a  코리아나호에서 궁인창 대표로부터 선상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 모습

코리아나호에서 궁인창 대표로부터 선상강의를 듣고 있는 사람들 모습 ⓒ 오문수


완호 선사는 우리나라 다도를 중흥 발전시킨 초의선사의 스승으로 1813년에 대흥사 사찰의 중건을 맡게 되어 천불전을 함께 조성했다. 선사는 현정에게 천불전에 모실 천불을 의뢰하여 경주 남산 자락에 있는 기림사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천불전을 완성했다.

1817년 11월 16일 경주 기림사에서  소달구지에 천불을 싣고 경주 장진포로 향했다. 11월 23일 울산 장생포에서 완도 상선에 불상 232위를, 함경도 흥원 상선에 768위를 싣고 해남을 향했다.  
a  오시마 섬 모습. 768위의 불상을 싣고 해남 대흥사로 향하던 현정 스님이 태풍을 만나 일본 나가사키현 오시마 섬에 도착했다. 표착 당시 30가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시마 섬 모습. 768위의 불상을 싣고 해남 대흥사로 향하던 현정 스님이 태풍을 만나 일본 나가사키현 오시마 섬에 도착했다. 표착 당시 30가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 오문수


두 배는 11월 25일 동래로 향하다 심한 바람과 기상변화를 만나 완도 상선은 연안을 타고 동래항으로 들어가지만 흥원호는 3일간 표류해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에 속한 오시마섬에 표착한 후 나가사키항에 머물다 7개월 만에 귀국했다.

현정의 기록에 의하면 "오시마섬에는 30여채의 기와집이 들쑥날쑥 있는 마을이었다"는 구절이 있다. 코리아나호에 일행이 오시마 섬 주위를 돌며 항구를 살펴볼 때도 당시와 비슷한 숫자의 주택이 보였다.

대흥사 천불전 불상의 "日" 표시와 다산 정약용의 편지

a  해남 대흥사 천불 모습. 관계자로터  768위 불상에 “日”자가 새겨졌다는 말은 들었으나 옷을 입혀놨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 천불만 게재했다

해남 대흥사 천불 모습. 관계자로터 768위 불상에 “日”자가 새겨졌다는 말은 들었으나 옷을 입혀놨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 천불만 게재했다 ⓒ 해남 대흥사제공


불상이 일본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다산 정약용은 8월 11일 완호 선사에게 편지를 보내 "일본에 갔다 온 768여구의 불상에 "日" 표시를 했으면 좋겠다"고 편지를 보내 완호 선사는 천불전에 모시기 전에 불상 바닥에 기록을 남겼다.

해남 대흥사 종무소에 계신 스님에게 "日"자가 적힌 불상사진과 다산 정약용의 편지 사진을 요청했지만 "천불에 옷을 입혔기 때문에 사진촬영이 불가하며 다산의 편지는 현재 대흥사에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선인을 우러러 보고 조선인이 되기를 원했던 대마도인

표해록 속에는 일본인의 복장, 음식, 주택과 불교, 군편제 등에 관한 자세한 기록이 있어 당시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일본표해록> 67페이지와 68페이지에 보면 의미 있는 기록이 적혀있다.

"대마도 사람들은 대부분 조선어가 능하였다. 우리를 보러온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도 조선인이다'라고  하였다. 평소의 언어는 조선어와 일본어였으며, 한 번도 일본을 본국이라 말한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 도착한 후에 동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대마도는 본래 우리 땅이며 그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자손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마도 사람들이 와서 '나도 조선사람'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들의 풍속 중에도 조선인을 귀중하게 대한 습속이 기록되어 있다. 54페이지 중간 부분의 내용이다.

"왜녀(倭女)가 우리나라 사람과 정을 통하여 아이를 낳으면 그 나라에서 지극히 귀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왜녀들이 반드시 사사로이 정을 통하고자 한다. 그 사람들은 이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정을 통하면 그 여자가 스스로 관부에 가서 말한다. 관부는 국왕에게 보고하고 출산할 달수를 계산하여 아이를 낳으면 관에서 돈을 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현정스님 일행은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귀한 대접을 받은 것 같다. 한일관계는 독도문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현정스님의 표해록은 양국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할 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일본표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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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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