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6·19 대책을 낸 지 한 달여 만에 서둘러 추가 대책을 준비하는 것은 최근 집값이 여름철 비수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심상찮은 동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집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지인의 아버지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라고 한다. 그는 어렵사리 대출을 받아 산 집이 알토란같이 자산을 늘렸고, 그 덕에 자식 공부 다 시키고 먹고 살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일까? 지인도 얼마 전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비록 경기도이긴 하지만. 그는 처음엔 대출 받아 집을 샀지만 이제는 아파트 평수 늘려가는 재미를 알 것 같다고 했다.
그 말도 맞는 것도 같다. 전화상뿐 아니라 달러상, 금은방, 모든 업종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부동산은 대한민국 반 세기 역사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업종이자 가장 안전한 자산이 아닌가.
그러니 신혼부부들이 집을 보러 다니면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라고 권한다. 신혼부부들뿐이겠는가. 집 구해본 사람들은 안다. 처음에는 대출이자, 빚에 대한 압박이 싫어서 꺼리던 사람들도 재계약할 때마다 오르는 전세금, 그에 비해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턱없이 오르는 집값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걸 그랬나, 전세를 끼고라도 살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결혼 7년차 문아무개씨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집을 샀던 친구들은 재산이 늘었다. 지금이라도 아파트를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집 권하는 사회, 집을 사지 않은 당신은 루저?
이제 대한민국에서 집은 적금을 붓거나, 펀드를 하거나, 평범하게 돈을 모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선 집을 사고 시세 차익을 남겨 더 큰 집으로, 더 나은 집으로, 더 큰 수익이 나는 좋은 집으로 사는 것이다. 대출이자를 내더라도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대단히 잘 버는 게 아니고서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하우스 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래서 돈 없이 대출 끼고 집 사면 큰 코 다친다고, 집은 투자가 아니라 거주를 위한 곳이라는 말도 나왔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월세로 시작하는 신혼부부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요 몇 달 상황을 보면, '한때' 그런 하우스푸어 생활을 하는 것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부동산은 언젠가는 오른다는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다시 쓰여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문재인을 지지했던 핵심적 이유가 망국적 부동산 거품 제거가 절박해서인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조차 없다. 모든 불평들의 기원, 적폐 중의 적폐가 부동산 거품이다. 부동산 개거품으로 젊은이들 결혼도 출산도 못하고... 부동산 거품 제거가 핵심 개혁 과제인데 철저히 외면하고 뜸만 들이다 뭐 규제하는 척 시늉만. 뒤통수 제대로 맞은 거다." (누리꾼 khd5****)"부동산 정책 실패하면 문재인 정부 실패한다"(tree****)"진보 정권인데 왜... 좀 집값부터 잡아라. 서민서민 하지 말고."(whit****)부동산 폭등을 알리는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들이다.
전세값을 잡아줄 새 정부를 기대했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가 무섭게 집값이 오르고 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던 SH에서 공급하는 대규모 분양 주택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고, 공공임대 확대 정책을 환영하며 장기전세로 들어간 사람들은 오히려 재산 증식에 실패했다. 빚을 내지 않고 집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은 루저가 됐다.
작은 아파트에서 시작한다는 신혼부부들의 희망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이 됐고, 이제 막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학자금 대출이 밀린 청년들은 집은 커녕 연애도 하지 않는다. 최저시급 7530원 앞에서 억 단위 집값은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헬조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20, 30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다시 집 사는 하우스 푸어들, 믿을 건 부동산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