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우리나라 고유 음악이 '풍악'인 이유

사람 사는 세상이 곧 바람... 몇 획 붓질로 바람을 잡다

등록 2017.08.10 11:26수정 2017.08.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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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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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풍(生風), 바람이 인다. 적도의 나라 산마을 숲에서 바람이 상큼하게 노닌다. 바람의 기세 따라 정연히 움직이는 숲, 바람 따라 후두두 쏟아지는 비, 비바람 지나고 나면 숲이 더욱 무성해지겠다. 새 꽃 환하게 피어나고 풀들의 속삭임 소란하겠다.

자연의 가변과 역동, 이게 뭔가? 세상 흐름의 요약일까? 소통에 대한 가르침일까? 오호라! 사람의 존재 방식의 안내인가? 그러니까 늘 다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이렇게 들추는 것이려니.


바람, 때론 수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의 상징이 된다. 아니 바람은 희망의 다른 말이다. 풍속과 습속을 대변한다. 경치와 경관을 읊을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풍, 하여 사람의 모습과 태도를 아울러 풍도(風度)라 쓰고, 기질과 인심이 뭉쳐 샘물처럼 솟아난 음악을 풍악(風樂)이라 쓴다. 기질과 인심의 다양함만큼이나 지닌 의미가 폭이 넓은 단어 바람, 그래 사람 사는 세상이 바람이요, 세상사는 사람이 세상의 희망이다.

바람을 쐰다. 마음 맺힐까 한풀이 노동요를 부르듯, 술 맺힐까 속풀이 해장국을 먹듯, 세상 맺힐까 오늘도 이는 바람. 오늘 이는 바람에 내 오늘이나 쪼여 볼까나. 마음 헹구는 바람, 생기 돋우는 바람, 언제 오갈지 예측할 수 없는 불현듯 오가는 바람, 만물을 키우는 이 화신에게 내 젖은 속내나 말려 볼까나.

반현풍락(반玄風樂), 즐기자. 바람이 빚는 깊고 그윽한 풍취를 더불어 즐기자. 바람은 여유다. 바람은 꿈이다.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바람처럼 다시 올 시간을 그냥 함께 누리자. 바람의 기세로 바람의 유연함으로 사는 동안 주어진 자유를 오늘 만끽하자.

산마을 숲에 산바람이 인다. 참 아름다운 바람, 몇 획 붓질로 바람을 잡는다. 된더위에 시달리는 서울의 가족에게 단 한 줄기도 보낼 수 없어 더욱 치명적인 이 향기를 몇 자 묵향으로 푼다. 여생풍(如生風), 삼복의 필설로 바라는 간절함이다. 세상 모든 이의 희망이 바람이 일 듯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람결에 활짝 피는 꽃처럼 피어나기를. 바람결에 여무는 열매처럼 단단히 맺히기를.

※ 위 작품은 인도네시아 한인 서예동호회 <자필묵연> 제12회 정기전에 출품되며 이 글은 전시 도록에 찬조의 글로 실립니다.


작품 설명
첫 번째, 반玄風樂(반현풍락)/ 깊고 그윽한 풍취를 함께 즐기다.
두 번째, 如生風(여생풍)/ 바람이 이는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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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2015년 5월 인사동에서 산을 주재로 개인전을 열고 17번째 책 <山情無限> 발간. 2016,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장 역임. 현재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 산마을에 작은 서원을 일구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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