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지도 않았는데 자라서 온 밭을 뒤덮은 결명자와 결명자 꽃입니다.
박현국
토마토와 결명자는 일부러 씨앗을 뿌리지도 않았는데도 온통 밭을 덮었습니다. 아마도 겨울 날씨가 혹독하게 춥지 않기 때문에 작년 가을 땅에 떨어진 씨앗이 땅 속에 숨어있다가 싹을 틔은 것 같습니다.
이곳 시가현은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둘래에 산이 있는 높은 곳이라 날씨 변덕이 심합니다. 갑자기 비가 내리고, 우박이 떨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렇게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이라 푸성귀들이 힘껏 자랐나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을에 떨어진 씨앗이 땅에 묻혀있다가 봄에 싹이 나서 자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서 열매를 맺으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뎌냈기 때문인지 열매가 단단하고, 맛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밭에서 겨울을 나고 자란 씨앗을 전라도에서 똘씨라고 합니다.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아서인지 이곳 일본 시가현에서 자란 푸성귀는 똘씨라고 해도 먹을만합니다. 살아있는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맺는 것처럼, 살아있는 땅과 바람과 물은 푸성귀를 키우면서 세상을 윤택하게 합니다. 그것이 생명의 본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