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벼꽃이 피어나는 벼논.
전갑남
벼 이삭에 꽃이 피어났습니다. 벼꽃이 핀 것입니다. 벼꽃은 관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벼꽃이 피는 것은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뜸하게 들에 나온 농부는 자기 논에 이삭 패는 것도 모르고 지나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벼도 분명 꽃이 핍니다. 벼꽃에서 수정이 이루어져 귀한 낱알이 영급니다. 벼 낱알은 우리의 소중한 식량인 쌀이 되는 것이구요.
벼꽃이 참 신기합니다.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자잘한 벌레 같은 게 숱하게 붙어있는 것 같기도.
아내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도회지 사람들 중에는 벼도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겠죠?""볼 기회가 적으니 그럴 것 같아.""그럼, 당신이 벼꽃을 찍어 기사 한번 내보지?""그럴까? 근데 내 휴대폰이 제대로 담아낼지가…"나는 휴대폰을 꺼냈습니다. 벼꽃을 찍으려는데 바람에 벼 이삭이 흔들흔들 춤을 춥니다. 초점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벼꽃의 놀라운 신비우리는 꽃이 피는 것을 개화(開花)라고 하고, 벼가 꽃피는 것은 출수(出穗)라고 표현합니다. '출수'의 '수'는 '이삭 수(穗)'자를 씁니다. 벼에 이삭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벼꽃의 존재가치보다는 벼 이삭이 고개를 든 것에 방점을 두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벼꽃은 6개 수술, 1개 암술로 이루어졌습니다. 벼꽃은 곤충들이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것과는 달리, 자기 스스로 수분(受粉)을 합니다. 이른바 자가수분(제꽃받이)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