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노출 사업장, 유방암 발병은 '산재' 첫 판결

서울지방법원, 반도체가공공장 여성노동자 유방암 산재승인 판결

등록 2017.08.14 15:04수정 2017.08.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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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채 장시간 근무하다 유방암이 발병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반올림의 '안전하게 일할권리' 캠페인 모습(출처 반올림) ⓒ 충북인뉴스


"용인의 ○○○○이라는 작은 회사에서 삼성이나 하이닉스에서 불량난 반도체 칩을 가져다 재납땜 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너무 화공약품에 대해 무지했어요. 그게 제일 후회가 됩니다."

"고온 납땜시 환기가 너무 안 되어 연기가 많이 났습니다. 아프고 나서 제일 후회하는 게 그런게 몸에 해롭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하는 겁니다. 여러 명이 같이 암에 걸려도 내가 몸이 약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산재'라는 생각조차 못합니다" (유방암 발병 A씨 산재 인정후 밝힌 소감)

전자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장시간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유방암이 발병한 것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방사선 노출이나 장기간의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 등을 이유로 유방암 산재를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업무 중 유해 화학물질 노출돼 발생한 유방암 발병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은 "서울행정법원이 전자회사에 근무하다 유방암이 발병한 A씨가 신청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 대하여 지난 10일 원고 승소(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9월부터 용인에 있는 B주식회사에 입사해 일하던 중 지난 2011년 11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A씨가 근무한 B회사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등으로부터 납품받은 불량 반도체 칩(납볼)을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떼어내고 이를 씻어낸 뒤 고온의 설비로 재가공 하는 일을 해왔다.

B회사에 일한 상시 여성노동자 20여 명 중 A씨를 포함한 4명이 유방암에 걸렸다. 이에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는 요양급여신청을 접수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반올림과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경로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채 야간·연장·휴일근무를 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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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채 장시간 근무하다 유방암이 발병한 것에 대해 처음으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렸다. 사진은 반올림의 '안전하게 일할권리' 캠페인 모습(출처 반올림) ⓒ 충북인뉴스


또, 법원은 노동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부분의 증명책임과 관련해 노동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했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당시 이 사건 원인 중 하나인 산화에틸렌의 존부에 대하여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기 중의 유해인자에 대한 작업환경측정도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며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하여는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산화에틸렌 가스의 노출량의 확인을 위해 작업환경측정을 하여 재의뢰해 달라는 회신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잘못으로 부실하게 된 역학조사를 근거로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인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에의 노출수준이 매우 낮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불리한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반올림은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사업장 환경 관리 감독기관은 작업환경측정과 역학조사를 철저히 해 모든 반도체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반올림 #유방암 #산재 #근로복지공단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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