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배 과수원에서 뛰어노는 닭과 행복한 농사꾼무항생제 동물복지 자유방목 산란계 농사 짓는 행복한 농사꾼 김경호 농부와 닭들이 배 밭에서 밀당을 하고 있다
유문철
전남 나주에서 달걀을 생산하는 '행복한 농사꾼' 김경호 농부는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전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호 농부에게 전화를 걸면 '행복한 닭, 건강한 달걀, 행복한 농사꾼'이라는 안내말이 나온다. 무항생제 동물복지 달걀과 유기농 배,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 40대 중반 행복한 농사꾼에게 전화가 빗발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휴, 뭔 일은요. 농식품부에서 살충제 달걀 출하 정지 발표하고 이 난리죠. 어째 자꾸 이런 일이 난데요. 연초에도 AI(조류독감) 때문에 미국산 달걀까지 수입하며 그 난리를 쳤잖아요. 이번에 살충제 달걀이라고 온 방송이며 신문이며 이야기하니 달걀 농사꾼들이 다 죄인 되었어요. 닭을 배 밭에 풀어 키우는 저야 살충제가 달걀에서 나올 일이 없으니 주문문의 전화 받느라 덩달아 이 고생입니다. 마음이 좋질 않아요. 한편으로는 이런 난리가 나서야 먹을거리의 안전성과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잖아요. 또 한 번 수업료를 내는 셈인데 올바른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죠."
해방의 기쁨을 경축하는 8월 15일 자정에 난데없이 TV 방송에 전국 달걀 출하금지 속보 자막이 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에 따르면, 14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산란계 농가 달걀에서 금지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되었고 또 다른 농가 달걀에서는 비펜트린 살충제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15~17일에 걸친 1239농가 전수 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농가는 모두 49곳이었고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농가는 31곳이었다. 농가 12곳이 닭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살충제를 썼다. 37개 농가는 사용 가능 성분인 비펜트린을 썼는데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달걀은 전체 공급물량의 4%였다. 이 긴급했던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던 김경호 농부는 갑작스런 초대형 태풍을 어떻게 겪어냈을까?
"15일 아침 7시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나주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어요. 11시에 수거해 가겠다고요. 달걀을 수거한 농관원에서 16일 아침에 적합하다는 검사결과서를 받았는데요. 광복절인 15일은 다행히 휴일이라 출하에 지장이 없었죠. 전 늘 하던 대로 아침에 닭장 문 열어서 닭들이 배 밭에 나가 뛰어놀게 했고요. 그런데 주문문의와 검사결과서를 달라는 거래처 전화 받느라 전쟁을 치렀습니다. 검사결과서는 고정거래처인 학교급식센터, 생협, 직거래 소비자들에게 보내 주었구요. 폭염 뒤끝이라 산란률이 떨어져 물량이 없어서 못 주거나 미루고 있어요. 닭이 기계가 아니니 주문 들어온다고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달걀 찍어낼 수는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