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오면 좋겠지만..." 요구르트 건배 안희정, 왜?

유류피해 10주년 행사 관련 주민과의 즉석 대화에서... "우리 모두가 준비하는 행사"

등록 2017.08.25 15:24수정 2017.08.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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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로 건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태안지역 주민 대표들이 안 지사가 나누어 준 요구르트로 이번 유류피해 10주년 행사의 성공을 다짐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요구르트로 건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태안지역 주민 대표들이 안 지사가 나누어 준 요구르트로 이번 유류피해 10주년 행사의 성공을 다짐하며 건배를 하고 있다. ⓒ 신문웅


"이번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면 더 좋겠지만... 충남도가 준비하는 행사이나 안희정을 믿어달라."

지난 24일 오후 8시 25분경 충남 태안군 소원면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 에코 힐링센터 1층 로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쟁반에 가득 담긴 요구르트를 일일이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며 건넨 말이다.

어쩌다 한밤중에 충남도지사가 주민들에게 요구르트를 나누어주며 읍소와 로비(?)를 하게 된 걸까?

태안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 대통령 참석 논란

이유는 이렇다. 오는 9월 15일부터 2박 3일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변에서 충남도가 주관하는 서해안유류피해 극복 10주년행사와 태안군이 주관하는 '전국자원봉사자 희망나눔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2007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비서실장 신분으로 사고 현장인 만리포 해수욕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폭넓게 나왔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한상기 태안군수 등 행사 주관 자치단체장들도 청와대와 정부부처에 강하게 요청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은 한껏 고무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소속의 태안군의회 김진권 의원이 제246회 태안군의회 임시회 폐회에 앞서 기습 5분 발언을 통해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는 일이 일어났다. 김 의원은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와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은 유류사고 관련 현안들이 잘 해결되었을 때 추진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행사에 문 대통령까지 초대하려던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어 태안군의회는 임시회 폐회 이후 이용희 의장, 최영신 부의장, 김진권 의원, 김영인 의원, 조혁 의원 등 5명의 의원들이 자유한국당 소속의 충남도의회 유익환 의원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충남도 박정주 해양수산국장 등 충남도 공무원들에게도 "서해안유류 극복 10주년 행사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태안피해 주민들과 행사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까지 으름장을 놓았다.

이러한 태안군의회의 돌출행동에 주민들은 강력 반발했다. 태안군유류피해민연합회(회장 국응복)와 행사 예정지인 충남 태안군 소원면 (사)만리포관광협회(회장 최용복), 만리포어촌계(계장 이성원) 모항1리(이장 황성남) 등 주민들은 공개적으로 태안군의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오후 4시에는 관련 주민들이 태안군의회를 항의 방문해 "만약에 대통령이 참석 못할 경우 전적으로 5명의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주민들과 즉석 면담 마치고 요구르트 건배한 안희정

 안희정 도지사(사진 왼쪽 가운데)가 태안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안희정 도지사(사진 왼쪽 가운데)가 태안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신문웅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내심 추진하던 충남도와 태안군은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다.

이 가운데 지난 24일 오후 7시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천리포수목원 에코힐링센터에서 열리는 YMCA 전국 실무자들 워크숍에서 1시간 정도 강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직접 안 지사를 만나러 왔다.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 만리포지역 주민 대표들, 민주당 태안지역 관계자 등 20여 명은 강연을 끝낸 안 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자연스럽게 자리가 마련됐다.

주민 대표들은 "일부 태안군의회들의 정략적 정치적 행동은 지역 주민 의사와 전혀 무관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꼭 참석하도록 다시 한번 안 지사님이 나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0년 만에 겨우 희망을 보고 있는 피해 주민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거듭 요청했다.

이에 안희정 지사는 "이번 행사는 충남도가 주관하는 행사로 우리들이 주인공"이라며 "모든 행사에 대통령이 와야만 잘된 행사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오늘 오전 한상기 태안군수도 당부의 전화를 해왔다"며 "비서실장과 직접 통화해 대통령님의 행사 참여 요구가 높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지사는 "여러분들의 뜻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두 번이나 했으니 나를 믿어달라"라며 "이제 남은 기간 태안군민, 태안군, 충남도가 하나가 되어 잘 준비하는 것에 집중하며 기다려 달라, 꼭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주방에서 안희정 도지사가 요구르트를 쟁반에 담아 오더니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고 있다

주방에서 안희정 도지사가 요구르트를 쟁반에 담아 오더니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나누어 주고 있다 ⓒ 신문웅


이렇게 10여분의 대화가 끝나자 안 지사는 식당에서 로비로 나왔다. 이후 안 지사는 식당 안에 급식 종사자들이 아직 있는 것을 보고 인사를 하기 위해 도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후 주방에서 나오는 안 지사의 손에는 요구르트가 한 가득 담긴 쟁반이 들려있었다. 안 지사는 참석자 20여명에게 일일이 요구르트를 나눠주면서 충남도와 안희정을 믿어 달라고 읍소했다. 그때 참석자 중 한명이 "오늘의 짧은 만남이지만 요구르트로 건배를 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안 지사가 나누어준 요구르트를 손에 들고 "안희정"을 연호하며 건배했다.
덧붙이는 글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태안기름유출사고 #서해안유류사고10주년행사 #전국자원봉사자희망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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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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