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국정농단 사건 5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부회장이 지난 3일 공판에서 "대통령 단독 면담이었고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했다"고 2차 독대 당시를 진술한 부분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는 주장으로 뇌물죄를 벗어나려 했던 이 부회장이 오히려 자기 꾀에 빠진 셈이다.
재판부는 또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임원들이 박근혜-최순실 공모관계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제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2015년 7월 말경 이후에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이 실질적으로 최순실에 대한 지원이고,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의 공여와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오래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을 맺어 왔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최씨의 관여를 수긍해 의견을 반영하는 관계에 있었다"며 "정유라 승마지원은 최씨에 대한 지원이며,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공여"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판부가 수뢰죄가 성립되기 위해 박근혜-최순실의 '경제공동체' 관계가 입증될 필요도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신분자인 공무원(박근혜)에게 뇌물이 실질적으로 귀속될 것을 필요로 한다거나, 비신분자인 공동정범(최순실)이 받은 것을 신분자인 공무원(박근혜)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경제적 관계에 있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이재용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적어도 승마 지원이나 동계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선 '박근혜의 주머니엔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거나 '정유라를 아주 어렸을 때 만나보고 그 이후 본 사실이 없다'며 뇌물수수를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은 설 땅이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재판부 판단에 대해 또다시 "엮어도 너무 억지로 엮었다"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
최순실 변호인 "이재용 등에 깊이 사죄" 이 부회장의 선고가 나자 최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고작 88억의 뇌물로 대통령과 세계 초일류기업 CEO가 경영권 승계를 놓고 뇌물거래를 했다고 하면, 우리나라가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며 "사유야 어떠하든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분들이 고초를 벗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이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세 차례나 받았으나 건강상 사유를 들며 모두 거부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7월 10일 자신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땐 발가락이 아프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한때는 독대까지 하며 서로 돕는 관계였던 두 사람이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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