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세월호 가족입니다

목포 신항에 집결한 전국의 세월호 가족

등록 2017.08.27 20:50수정 2017.08.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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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집결한 전국의 세월호 가족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약속을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이 목포역에 집결했다. ⓒ 강봉춘


"반갑습니다, 이제부터 우린 세월호 가족입니다."

세월호 진실규명과 모든 세월호 가족들을 위한 활동을 후원하는 416연대에 가입할 때 듣는 말이다. 2017년 5월 기준으로 9,215명의 정기 후원 회원이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촛불 집회를 열거나 참여하고, 문화제를 열고, 공연과 예술을 하거나, 노란 리본을 만들어 배포하고, 아직 계속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들도 여전히 있다. 그렇게 물심양면으로 함께 해 온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8월 26일, 목포역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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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에 모인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 전국 각지에서 계속 함께 하며 기억하자는 약속을 지켜온 시민들이 이날 목포역에 모였다. ⓒ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인천, 대구, 수원, 성남, 원주, 횡성, 춘천, 강릉, 부산경남, 충청과 서울, 경기도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 인사를 나눴다. 깃발에는 노동자조합도 있고, 선생님들 모임과 대학생 모임도 있었다. 잘지냈냐며 서로 아는 체 인사를 하는 분들이 제법 보였다. 유경근(예은아빠)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인사말을 이렇게 올렸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많이들 와주셨습니다. 그런데 여기 올라와서 보니 어떻게 다 아는 사람들이야. 허허 "

대구에서 온 시민은 대프리카 (뜨거운 대구를 아프리카에 빗대는 표현)에서 왔는데 오늘 목포는 너무 시원하다고 인사했고, 강릉에서 온 시민은 강릉지역에서도 이제 처음으로 함께 하는 모임을 만들었다며 감격적인 연설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광주에서 온 시민들은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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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렇게 들면 돼요? 수원에서 온 36개월 된 아이가 엄마가 써준 피켓을 들고 서있다. 피켓에는 '무엇을 숨기느라 아직도 진실을 숨깁니까?' 라고 써있다. ⓒ 세월호수원시민공동행동


수원에서 함께 한 시민들은 가족 단위가 많았다. 세월호가 잊혀지지 않게 꾸준히 활동해 온 유주호(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씨는 지역행사들이 겹쳐 참가자들이 적을까 고민했는데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많아 버스가 금방 꽉찼다고 말했다. 또 혼자 오신 분들도 많았다.

"저는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박종대입니다. 일 때문에 잠시 고국에 왔다가 버스 소식을 듣고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유경근씨가 유럽에 왔을 때 그 곳에 사는 우리들도 모이기 시작했어요. 유경근씨와 같은 동아리를 해서 밴드에 함께 하고 있었는데, 그 날 4월 16일, 우리 딸이 탄 배가 사고가 났다며 팽목으로 내려 간다면서 그때부터 전해온 소식들을 빠짐없이 보았습니다."


"저는 미국 뉴욕에서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동시대를 사는 부모로서 함께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이들을 영문도 모르게 잃었다는 그 현실이 역시나 가장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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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단이 왔으니 다 잘될거에요' 7살 여자 아이도 아빠가 써준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노란 리본 그림과 '멋진날이에요'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 있다. ⓒ 강봉춘


세월호 사건을 위한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의 정종훈 목사와 용인의 인권사랑방 활동가는 2기 특조위에 대해 말했다.

"정부가 바뀌어 출범하는 특별조사위원회지만 기소권과 수사권은 여전히 없습니다.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게 무엇인지 잘 전해지지 않으면 답답합니다.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 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계속 눈과 귀를 열 움직일 겁니다. 목사가 뭐하는 짓이냐고, 아직도 노란 리본달고 다니냐고 말하는 사람들 요새 더 늘어났어요. 허허."

"2기 특조위에 특검제청권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켜보며 안될 때 다시 또 나서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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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역에서 목포터미널까지 걷는 시민들 함께한 전국의 참가자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목포역에서 터미널까지 걸었다. ⓒ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은 이렇게 서로의 인사를 전한 뒤, 목포의 세월호 시민가족들이 준비한 공연을 본 뒤 행진을 시작했다. 공연을 보여 준 팀은 행진 내내 함께하며 흥겨운 북소리와 음악으로 음악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또 목포시 경찰들도 함께 나와 시민들의 안전한 행진을 지켜주었다.

시민들은 세월호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며 "해수부를 규탄한다", " 국정원도 조사하라", "미수습자를 가족품으로" 등의 구호도 외치며 행진했다. 세월호의 진실을 가로막은 언론 적폐 중 하나인 MBC를 지날 때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페이스북과 유투브를 통해 416 TV 로 모든 활동을 기록해 온 지성이 아빠였다. 시민들이 지성이 아빠를 알아보고 인사를 드리자 손을 흔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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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MBC 앞을 지나는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 '416 TV'의 지성이 아빠(가운데 흰머리)가 지나는 행진을 촬영하며 인터뷰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전원구출의 오보 방송을 했던 MBC는 아직도 제대로 된 언론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강봉춘


시민들은 함께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신대 학생이에요. 정권이 바뀌고 관심이 되려 줄어드는 거 같더라구요. "

수원 여성회 김향미씨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늘 같이 못 온 친구들을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 해봤어요. 촬영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죠. 오늘 수원 버스 안에 사람들이 꽉차니간 너무 뿌듯하던데요? 자랑스러워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오늘 딸과 함께 한 엄마는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 왔는데 더 부끄러워지는거 같아요. 돌아가면 뭔가 더 해야겠어요."

안양에서 혼자 오신 아빠는 이제 그만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그런데 여기 와서 마음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수원 여성 노동자회의 김경희씨는 같이 걸으니 기운이 나고 신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과 관련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읽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와 관련된 것들은 사실 힘들다는 느낌이 먼저 들어요. 그냥 옳은 길이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죠. 여기 오니 신나게 할 수 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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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회 앞을 지나는 전국 세월호 가족들 세월호 사건은 우리나라의 종교 적폐를 드러내고 자성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속 목포벧엘교회는 내용과 상관없음) ⓒ 강봉춘


4.5 Km정도의 행진 구간이 끝날 무렵엔 목포의 대형 교회 건물도 보였다. 행진하는 시민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나라 관심사들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관련 건물이 보이면 청산 대상인 적폐언론과 적폐 교회들의 이야기도 나왔다. 그리고 간간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모든 게 저절로 바뀌는 게 아니란 말들이 나왔다.

오늘 늦게와서 미안한 마음에 깃발을 들었던 장일수씨는 초심 백은종 선생님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보다 광화문에서도 많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보면 더 길게 말씀드릴게요."

매산동에서 지역아동센터를 하는 청년은 말했다.

"세번째 와 봤어요. 아이들과 활동하다 보면 아이들은 정말 잘 모르고 시키는 대로 잘해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율전동에서 부부가 함께 오시기도 했다.

"아, 이렇게 다 준비해주시니 편하게 오갈 수 있어서 너무 고마운데요. 뭐."

고색동 희망샘도서관에서 일하는 김성연씨는 말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오지 못해 아쉬워했어요. 근데 오늘 버스에 아이들 데리고 오신 가족이 많아 제가 더 힘이 나던걸요. 그 부모님들께 감사드리고 싶고, 같이 온 얘들아 너희들 정말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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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신항 앞에서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경비팀 세월호를 공개한다는 상부의 약속에도 여전히 현장은 답답함은 계속되었다. 전국에서 온 3천여명의 시민들은 이 융통성 없는 절차로 인해 1시간 이상을 지체해야했다. ⓒ 강봉춘


그렇게 뜨거운 행진을 마치고 목포신항에 도착한 시민들은 몹시 불편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세월호를 공개하기로 약속한 뒤 지침이 내려왔지만 현장에서 불통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주호 대표가 상황을 전해주었다.

"상식적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원활하게 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적정한 인원배치와 원활한 운영이 필요하죠. 헌데 지금 상황을 보세요. 너무도 화가 납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출입을 못시킨다는 게 이해가 안됩니다. 4일 전 제가 DMZ에 다녀왔는데, 훈련상황 중인 군에서도 통일대교 출입 할 때 신분증이 없이 통과시켰습니다. 간단 서류와 보증인으로요. 이게 기본 상식인데, 이건 지금 트집을 잡고 있는 거라고 밖에 안보입니다.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결국 책임자 나오라는 큰 소리들이 나왔지만 이 상황을 바꿀 책임자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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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치대 앞까지 반만 공개된 세월호 상판 방향만 볼 수 있게 공개된 세월호 작업 현장엔 배안에서 나온 차량과 부속들이 앞에 널려 있었다. ⓒ 강봉춘


그렇게 들어간 세월호 현장 앞에서 정작 시민들은 조용해졌다. 묵념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 세월호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보였다. 한때 인증사진과 기념촬영이 문제가 되었던 것을 알고 있기에 다들 버스 안에서 이미 배와 현장 사진만 찍기로 약속한 터였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경우없이 행동할 시민들은 그곳에 없었다.

작업 현장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고, 배 상판 부분 쪽만 접근할 수 있어서 배 바닥부문을 볼 수는 없었다. 시민 중 한 명이 말했다.

"고작 이거 보여줄라고 그렇게 막고 그랬나. 아주 곳곳 보여주며 설명하고 앞으로 이렇게 하겠습니다 말해도 시원치 않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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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은 현장 앞에 서자 조용해졌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배사진만 찍고 인증사진은 일체 찍지 않았다. ⓒ 강봉춘


시민들께 묵상을 제안한 유주호 대표는 목포의 세월에 이야기를 정리해주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앞에 다가와 배를 보기까지, 이 목포에서도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처음 세월호가 이 곳에 왔을 때 컨테이너는 커녕, 길거리 천막도 못치게 했어요. 오늘도 보셨죠? 세월호를 공개하라고 지침이 내려왔지만,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계속 있어요. 오늘 우리가 외쳤잖아요. 해수부를 규탄한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국정원도 조사하라. 현장이 이렇기 때문에 외친 겁니다."

"우리의 하루도 이렇게 힘든데 세월호 가족분들은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좀 시원시원하게 일들이 풀려가길 정말 절실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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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을 들고 단체 사진을 촬영한 수원 시민들 이 단체사진은 416연대를 통해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게 공유된다. 전국에서 함께 하고 있는 이런 모습들이 나서서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왔다. ⓒ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수원 시민들은 밖으로 나와 소감들을 나누며 저마다 적은 피켓들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었다. 혹여 이런 사진도 문제가 되는거 아닌가 하는 우려에 유주호 대표는 분명하게 말했다.

"사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 수원은 활동한 사진들을 전국 416연대 방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정말 큰 힘이 되거든요. 특히 세월호 가족들과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에겐 이런 사진이 무척 소중해요.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가면 누군들 힘이 안나겠어요? 진심이 담긴 사진들을 조롱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안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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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오지 못한 시민들이 보내온 리본을 묶어주는 아이들 수원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서 보내온 노란 리본들을 이 날 함께 한 아이들이 목포신항 앞 철조망에 묶어주었다. ⓒ 세월호 수원시민공동행동


수원 시민들은 준비해온 노란 리본을 목포신항 철망에 걸었다. 지난 16일, 수원 매탄동 세월호 촛불집회에서 함께 한 시민들의 마음이 적힌 리본이었다. 리본을 가져온 서지연씨는 말했다.

"여기 이렇게 리본을 걸고 가니 못오신 주민분들께도, 수원에 돌아가는 제게도 이 곳에서 함께하고 있다는 위로를 받을 거 같아요. 아이들이 걸어주니 더 특별하네요."

유주호씨도 말했다.

"호성이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을 제가 잊지 못합니다. '내가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외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되었으나,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꿈을 꾸며 살아갈 아이들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저 리본을 거는 모습을 우리 어른들이 똑똑히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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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신항에도 철조망이 목포 신항의 세월호 현장을 둘러친 철조망이 마치 휴전선의 철조망 처럼 보인다. ⓒ 강봉춘


나오는 길에 보았던 목포신항의 철조망이 휴전선을 떠올리게 했다. 마치 지금 세월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과 분단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같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사건이후로 가족과 마을, 교회와 사회에 대한 고민들이 적폐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이 현 정부를 탄생시킨 적폐청산의 요구다. 모든 출발점에 세월호가 있고 전국의 세월호 가족들이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소감을 나누던 수원시민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세월호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월호 가족입니다. #대한민국 세월호 #세월호 목포신항 #416연대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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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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