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금주 문화 없어질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13] <기독교 역사 속 술> 출간한 성기문 교수

등록 2017.09.05 09:22수정 2017.09.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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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문 교수
성기문 교수이영광

한국 개신교에서 술 논쟁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뜨겁다. 사실 기독교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 보면 술에 대한 얘기가 많다. 특히 4 복음서를 보면 예수가 '술꾼'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였고,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최후의 만찬 때도 포도주를 마셨다. 그래서 기독교는 이를 기념해 빵과 포도주를 먹는다.

하지만 유독 한국 개신교는 금주를 주장한다. 과연 기독교인은 술을 마시면 안 되는가?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바로 성기문 교수가 쓴 <기독교 역사 속 술>이다.


이 책은 성경에 나타난 술의 역사와 중세를 거쳐 한국 개신교가 금주를 주장하게 된 이유를 서술했다. 책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어 저자인 성 교수를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에 있는 '생명나무 마음치료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성 교수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기독교 역사 속 술> 책 표지
<기독교 역사 속 술> 책 표지시커뮤니케이션
- <기독교 역사 속 술>이란 책을 11일 출간하셨잖아요. 3주가 되어가는 데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반대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반대하는 사람은 적고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곧 2쇄를 찍을 것 같아요."

- 반응이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교회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책이기도 하죠. 그리고 한국교회에서 술, 담배 문제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논란이 된 문제인데 그것에 대해 학술적인 측면에서도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잘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어떻게 책을 쓰게 되셨어요?
"술, 담배 문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큰 주제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문제라서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 주제에 대해 책을 한두 권 쓰긴 했지만, 역사적으로나 학술적으로 다룬 책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적절한 사람 같아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한국 교회에서 술은 민감한 주제잖아요.
"저도 되게 민감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책이 아는 사람이나 페북 상으로 알려져서 그런지 몰라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연구를 해보고 책이 팔리는 걸 보니 그렇더라고요."


- 부제 '신의 선물에서 악마의 유혹까지'예요. 술이 신의 선물이지만 악마의 유혹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요?
"사실 부제는 출간을 바로 앞두고 사람들과 협의해서 만든 제목이거든요. 제목 자체는 술이 가진 이중적인 이해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어떤 사람 신의 축복이요,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술이 사람들 잘못되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 두 가지 부분을 다 커버하려고 이렇게 달았어요."

- 술이 신의 선물이라는 게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포도와 포도주를 사람에게 선물로 주시고 포도주가 풍성한 게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하기 때문이죠."


- 개신교에서 술 반대론자들이 하는 말 중 하나는 구약시대엔 물이 안 좋아서 포도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맞는 측면이 있죠. 옛날에 그냥 물을 마시는 게 위험했어요. 지금 수돗물도 위험하다고 할 정도잖아요. 그러나 옛날엔 수돗물이 없어서 포도주나 맥주를 마셨죠. 당시엔 포도주와 맥주가 술이라는 개념보다도 음료수였어요.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술을 대체할 음료가 많은 데 꼭 술을 마셔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주장하려는 건 술을 마셔야 한다거나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걸 주장 하려는 게 아니고 술이 가진 기독교와 관련된 역사가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생각하지 않거나 그 자체를 부인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거죠. 먹고 마시는 건 자유의 문제지 먹어야 한다거나 말아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지 않느냐는 게 제 입장이에요."

- 성경에 보면 예수를 '술꾼'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맞아요. 성경을 읽을 때마다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게 뭐냐면 포도주와 예수가 관련이 많아요. 요한복음을 보면 가나 혼인잔치에 예수가 초대되어 손님으로 갔는데 포도주가 떨어진 거예요. 그때 준비된 물 가지고 포도주로 바꾼 경우도 있죠. 그리고 예수가 사람들을 만날 때 예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그를 먹보에 술꾼이라고 불렀어요. 그 전에 사례 요란이란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예수와 반대의 삶을 살았어요. 그 사람은 잘 안 먹고 절제를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예수를 잔치에 초대해 술과 먹을 것을 주니 그런 별명을 받은 거죠, 그래서 예수가 정말 그랬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예수가 그런 데에 많이 가셔서 그런 별명이 붙은 건 사실인 것 같아요."

- 책엔 포도주와 맥주를 중심으로 쓰셨잖아요. 기독교와 포도주는 밀접한 관계가 있죠. 그러나 맥주 이야기는 흥미롭던데.
"재밌는 게 뭐냐면 고대 근동의 이집트 중심과 메소포타미아 중심으로 가면 볼 수 있는데 이집트의 경우 맥주가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었고 포도는 잘 안 나서 수입했어요. 그래서 포도주는 그때도 고급 음식이고 맥주는 일반적인 사람이 먹던 음식이었어요. 성경에 포도주에 대한 얘기는 많이 나오는 데 맥주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 나와요. 제가 연구해보니까 우리말 성경에 독주로 나오는 게 실제로는 맥주였다고 나오거든요. 그래서 아마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도주를 많이 마시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독주라고 번역된 맥주가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에 제물로 나타나는 걸 보면 이스라엘인들이 포도주를 많이 마신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가 가끔 사용되고 사람들도 마시고 하나님께 제물로 드렸던 것으로 보여요."

- 포도주는 상층부가 마시고 맥주는 일반인이 마셨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왜 이스라엘인은 맥주보다 포도주를 많이 마셨을까요?
"왜냐면 포도와 보리를 키우는 데가 지리적으로 달랐어요. 이스라엘은 포도를 키울 좋은 기후와 토양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주로 포도주를 마셨다는 거죠. 왜냐면 그 주위에서 그 사람들이 야만족이라고 부른 게르만인 족이 맥주를 마셨던 말이요. 자기들이 뭐라고 생각했냐면 문명국가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약에서는 맥주 이야기가 나오는 데 신약에선 맥주 이야기가 전혀 안 나오거든요. 맥주 이야기가 안 나오는 건 이미 신약 시대가 로마 영향을 받아서 포도주는 좋은 술로 여겼지만, 맥주는 좋은 술로 여기지 않았다는 거죠. 그래서 신약 성경엔 맥주 이야기가 안 나오는 젓 같아요."

- 금주 문화가 한국 개신교에만 있다는 건 누구나 알 것 같아요. 그럼에도 종교개혁자들도 술 마셨다는 내용이 보수적 기독교인에겐 충격이었을 것 같은데.
"사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독교와 술의 관계는 밀접했어요. 1800년대에 금주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수 천 년 동안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중세 교회의 경우엔 신부와 수녀들이 포도주와 맥주를 직접 만들어서 자신들도 마시고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말이죠. 1500년대에 이르러서 종교개혁이 일어났잖아요.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중세 교회 사람들과 교리적으로 갈등이 있었지만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똑같았어요. 그래서 루터 같은 경우는 맥주를 좋아했고 칼빈은 월급으로 포도주를 받았어요. 그래서 자신도 마시고 손님 오면 나눠줬다는 거죠."

- 마지막 장은 한국교회 금주 역사를 기술 하셨어요.
"사실 200년 전 금주 운동이 한국으로 오게 된 거죠. 그래서 술, 담배 하면 지옥 간다는 소리가 나온 거죠. 왜 그러냐면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보니 한국, 중국, 일본은 문제가 많았어요. 뭐냐면 술 마시며 가족을 때리거나 가족을 돌보지 않거나 놀음을 하거나 아니면 마약을 했어요. 그런 게 있어서 선교사들이 뭐라고 했냐면 그런 걸 끊어야 참 기독교인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또 하나 당시 부흥회나 간증을 할 때 예수를 믿었더니 술맛이 안 난다거나 담배가 쓰단 사람이 있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술, 담배 끊었다고 간증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술 담배를 끊는 게 마치 거듭남의 징조처럼 사용되기 시작됐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사회 변혁적 측면 보다 개종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졌다가 접점 기독교인들에게 율법주의적인 구원의 문제로 여겨지게 된 거죠."

- 그럼 선교사들은 술을 안 마셨나요?
"아니요. 선교사들은 술 마셨죠. 심지어 담배 피우는 선교사도 있었어요. 사진이 남아 있어요. 한국 침례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선교사가 담배를 즐겨 피셨다고 해요. 모순적인 거죠."

- 그러다 보니 술 마시는 기독교인을 정죄하기도 해요.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기독교인이 술을 해도 된다거나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첫째 과연 술을 하나님이 금지하셨는지를 생각해 봐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건 정죄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려요. 또 하나는 항상 술을 흥청망청 마시는 사람도 있잖아요. 건강에도 안 좋죠. 그런 면에서 제가 볼 때는 일단 역사적으로 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생각해보고 그걸 율법 주의화해서 정죄하거나 비난하지 말아야죠. 또 술을 많이 마시는 게 건강에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각자 절제 있게 양심에 거리낌 없이 마시는 게 좋지 않나 해요. 또 마시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을 정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요."

- 예전에 한신대에서 성만찬을 할 때 포도주가 아닌 막걸리를 사용해 논란인 적 있었어요.
"역사 속에서도 포도주가 아닌 다른 것으로 성찬을 한 경우도 있었대요. 물론 막걸리가 한국 전통 술이긴 한데 지금은 포도주를 마시고 사용하는 측면에서 구태여 포도주 대신 막걸리나 청주를 마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 시도가 나빴다거나 그럴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기독교가 전례된 초창기도 아니고 오래된 시간 속에서 포도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냐는 거죠."

  성기문 교수
성기문 교수이영광

- 이제 금주 문화가 없어질까요?
"제가 볼 땐 없어지리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알다시피 복음이라는 건 예수를 믿느냐 안 믿느냐, 그리고 예수가 하신 말씀을 세상에 전해 변화시키는지 아닌지 예수 믿는 것 말고도 쓸데없이 많다는 거예요. 그런 걸 율법주의라고 부르거든요. 그런 면에서 하나씩 없어져야죠. 술 논쟁은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논쟁인 거죠. 이것은 제가 볼 때 중요하지 않은 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되어 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걸 돌이켜 보고 스스로 판단하면 될 것 같아요."

- 독자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먼저 독자들이 너무 심각하게 책을 읽지 않으면 좋겠고 제가 책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하는 건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로워져 편견과 오해를 없애는 차원에서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올바른 술 문화에 대한 생각도 있으실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기독교인은 술자리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데 제가 볼 때는 그리스도인들이 건전한 술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거도 좋을 것 같아요. 예전처럼 술자리에 안 나가는 것이 아니라 술은 교제나 대화를 위한 수단이지 술을 위한 음주는 문제 있다고 생각해서 기독교인이 솔선수범해서 건전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 기독교인은 술 안 마신다는 정서가 있어요. 그래서 술자리에서 기독교인이 술 마실 때 비기독교인이 교회 다니는 사람이 술 마신다고 핀잔을 주기도 해요. 물론 반대 경우도 있죠.
"맞아요. 사람들은 기독교가 백년 동안 만들어놓은 생각 때문에 어떤 사람은 기독교인이 술 마시면 이상하게 보고 또 어떤 사람은 술 안 마신다고 비난하죠. 때문에 이 책을 통해 기독교가 금주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서 술 가지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과 안 다니는 사람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서 편견이나 오해를 해결해 나가는 시간이 걸릴 거예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책이 많이 팔리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기회가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길 바라고요. 그리고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에 담이 허물어지길 바랍니다."

기독교 역사 속 술 - 신의 선물에서 악마의 유혹까지

성기문 지음,
시커뮤니케이션, 2017


#성기문 #기독교 역사 속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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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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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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