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 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신지수
분노와 비감으로 글이 안 써지지만 써야 해서 쓴다. 이건 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쓰는 글이다. 그리고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다.
장애아동을 위한 홈스쿨링 콘텐츠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특수교육 전문가,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장애아동들과 그 학부모를 여럿 만났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학교에서 사범대학 특수교육론 전공수업도 들었다. 배운 것들 중에서는, 굳이 이론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었다. 내 가족 중에도 장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래로는 내가 인터뷰와 리서치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1.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양육과정에서 장애아동으로 판명난 경우, 경제적인 상황이 어찌 됐든 내가 만나본 모든 '엄마'가 직장을 그만뒀다. 아이가 '정상인'이 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기 위함이었다. 이는 '조기 개입'이라는 특수교육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적확한 판단에 따른 정확한 조기 교육이 행해질 경우 장애 정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특수교육 이론적 견해가 있다. 이 '실낱같은 가능성'이 양육자로 하여금 모든 것을 제쳐두고 특수치료 교육에 전념하게 한다고 한다.
2. 또한, 젓가락질, 단추 잠그기 등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활동에 필요한 교육은 주로 가정에서 이뤄지는데, 이 역시 일반 아동과 장애아동의 교육 방법이 다르다. 장애아동은 부모가 어렸을 때 배웠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가르칠 수 없을 수 있다. 더 오래 참아주어야 하고, 놀이 등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반복 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 기관이나 치료사 등 특수교육 전문가의 교육 노하우가 필요하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할머니나 다른 가족이 양육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가정 단위에서 이뤄지는 미시적이고 개별적인 방식이다. 비용을 지자체에서 보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중장기적인 성취 목표를 세우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꾸준히 반복 훈련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특수교육에 있어서 사교육 비용은 정말 큰 부담이다.
2-1. 내가 다니는 교회에는 장애인을 위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이 개설돼 있고, 연령대에 맞는 활동들 (직업교육, 특수치료 등)을 할 수 있다. 내가 인터뷰한 장애인들의 삶은 교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진로는 대부분 막막했다. 접시 닦기 등 단순 노동에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을 받고 종사했다. 그나마도 운이 좋거나 장애 정도가 경미할 경우의 이야기였다.
3. 자녀 중 한 명에게 장애가 있을 경우, 양육자의 역량이 장애아동에게 집중돼 다른 자녀에게 필요한 양육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양육자가 다른 자녀 혹은 가정을 보살필 여력을 갖기 어렵다. 장애아동이 교육 시설이나 치료 프로그램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이 다른 자녀나 가정을 보살필 기회였다. 교회에서 가는 2박 3일의 여름 수련회, 학교에서 가는 2박 3일의 수학여행 정도가 양육자의 유일한 휴식 기간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4. 슬프게도, 내가 만나 본 모든 장애아동 가정에서 '어머니'가 양육의 책임을 자신이 거의 전부 담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만 '안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어머니의 육체적 한계로 불가능한 일의 경우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자체의 비용 지원으로 고용한 활동보조인이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아버지나 활동 보조인이 없는 시간대나 날짜에는 장애인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