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의 한 장면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발매 당시 기록적인 판매 부수로 스티븐 킹을 최고의 작가의 자리에 올려 놓은 데에는,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테마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왕따클럽'의 7인은 미국에서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스트레스와 공포를 경험합니다. 비만이나 말더듬 혹은 ADHD 같은 개인적 결함부터, 부모의 학대와 인종 차별 같은 것들을요.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될 스티븐 킹의 뛰어난 필력은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과 느낌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한없이 맘이 짠해지기도 하고, 그들이 이뤄낸 조그만 성공에 함께 기뻐하며 감동의 눈물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데리의 괴물 '그것'은 사람들 내면의 잠재된 공포가 만들어낸 틈을 이용해 자신의 먹이로 삼아 버립니다. 혼자 고립되어 외로운 영혼에게 다가가 환각을 보게 한 다음 그대로 먹어치워 버리지요. '왕따클럽' 친구들이 '그것'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대단한 기술이나 마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서로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고, 차별과 편견을 넘어서 함께 힘을 모을 뿐이었죠. 오로지 그것만이 '그것'이 몰고 온 참혹한 살육을 막는 길이었습니다.
오늘의 세계인들은 신자유주의의 광풍 앞에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고, 그런 삶이 지속되면 인간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질 뿐입니다. 여기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와 분노는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을 향해 분출됩니다. 유럽의 이민자에 대한 혐오 정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은 바로 그 표현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여성, 성소수자, 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 정서가 높아지는 것도 똑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그것>은 출간된 지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분노와 혐오를 멈추고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것만이 앞으로 인류가 겪게 될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에도 '그것'은 세계 곳곳에서 음습한 냄새를 풍기며 활동 중이니까요.
지난 6일, 이 책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그것>이 개봉했습니다. 영화판은 소설과 다르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만 따로 모아서 다루고 공포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에 신경을 더 쓴 편입니다.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현재 시점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교차시키면서 흥미를 유발했던 원작의 이야기 전략과도 다릅니다. 어른이 된 시점의 이야기는 따로 떼어 곧 제작에 들어갈 2부에서 다뤄질 예정입니다. 전체적으로 원작 소설의 주제 의식을 이어받기는 했지만, 온전히 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마침 영화 개봉에 맞춰 2004년에 나온 번역본을 약간 수정하고 멋진 표지를 붙인 판본이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스티븐 킹의 정수를 맛보고 싶거나 영화를 보고 원작의 실체가 궁금해진 분들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것 세트 - 전3권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황금가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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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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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것>에서 놓친 그것, 원작 소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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