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끄기 전 가족사진부터 먼저 챙겨라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35] 소중한 추억까지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의 소방대원들

등록 2017.09.12 11:12수정 2017.09.12 11:12
0
원고료로 응원
화재현장은 마치 전쟁터와 같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이 한번 지나간 곳은 끔찍한 흉터만이 남는다. 

설령 소방대원들의 노력으로 불길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화재현장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상존한다. 그것은 바로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기 위해 뿌리는 물로 인한 수손피해다. 특히 물이 닿아서는 안 되는 고가의 장비나 소중한 물건이 있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주 오래 전 화재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을 때 다른 것은 다 타도 좋으니 제발 이 장비만큼은 절대 물을 뿌리지 말아달라던 회사 관계자의 외침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현장을 뛰는 소방대원들의 우선순위는 첫 번째가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며, 마지막이 사고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면 그 다음으로 소방대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바로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미국 소방대원들이 화재현장에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가 바로 '샐비지 커버(Salvage Cover)'라고 불리는 방수 재질의 천막이다.

a  캘리포니아 주 샌 마리노(San Marino) 소방서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샐비지 커버를 활용한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샌 마리노 소방서)

캘리포니아 주 샌 마리노(San Marino) 소방서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샐비지 커버를 활용한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샌 마리노 소방서) ⓒ 이건


이 천막은 그야말로 화재현장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물이 흥건한 건물 내부에서 물길을 내는데 사용하기도 하고 고가의 장비나 가구 등을 덮어 수손피해를 줄여주기도 한다.


a  매사추세츠 주 하노버(Hanover) 소방대원들과 인디애나 주 펜 타운쉽(Penn Township) 소방대원들이 샐비지 커버를 사용해 물길을 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소방대원협회 2045 지부)

매사추세츠 주 하노버(Hanover) 소방대원들과 인디애나 주 펜 타운쉽(Penn Township) 소방대원들이 샐비지 커버를 사용해 물길을 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소방대원협회 2045 지부) ⓒ 이건


a  캘리포니아 주 샌 마리노(San Marino) 소방서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샐비지 커버를 활용해 사진 액자를 수손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샌 마리노 소방서)

캘리포니아 주 샌 마리노(San Marino) 소방서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샐비지 커버를 활용해 사진 액자를 수손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샌 마리노 소방서) ⓒ 이건


대개의 경우 많은 물건들이 화재진압 초기에 손상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화재를 진압하기 전 숙련된 소방대원들이 방수천막을 적절히 활용하는 조치만으로도 누군가의 소중한 것들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보험사무소(Insurance Service Office)는 모든 소방차에 2개 이상의 샐비지 커버(방수천막)를 적재해 놓도록 권장하고 있다. 


방수천막의 사이즈는 보통 12X14피트(3.6X4.2미터)로 한 사람의 소방대원도 충분히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

한때는 누군가의 생명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것만으로 소방대원의 모든 임무가 끝난 것으로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소방대원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한 가지 바뀐 생각이 있다면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가족사진과 같이 다른 것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까지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SALVAGE COVER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3. 3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윤 정권 퇴진" 강우일 황석영 등 1500명 시국선언... 언론재단, 돌연 대관 취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