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 퇴소 조치당한 아들, 아내는 병이 났다

등록 2017.09.13 17:58수정 2017.09.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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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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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무릎 십자인대 수술의 과거 병력으로 입대 바로 다음 날 퇴소 조치당해 아들이 귀가한 날, 아내는 심한 스트레스로 병이 났고 아들 또한 두문불출(杜門不出)했다. 심지어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해군 장교로서의 꿈을 접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다.


대학 4년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아들이었기에 퇴소 조치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아들을 위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재심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이것을 빌미로 병역 면제를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남자라면 군대를 꼭 다녀와야 한다는 아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우선, 수술을 받았으나 군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의사 소견서와 최근 찍은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재심을 요청했다. 아내는 아들의 재입소를 간절히 원하는 탄원서를 작성하여 해군 본부에 보냈다. 그리고 아들은 대학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선처 탄원서를 부탁, 군 관계자에게 보냈다.

가족의 정성이 통했을까? 마침내 재심 요청이 받아들여졌고 3개월간의 심의 끝에 해군 본부로부터 9월 11일 재입소하라는 결정 통보가 떨어졌다. 재입소 통보를 받던 날(6.12), 아내는 그간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그리고 아들은 두 번의 아픔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입소하기 전까지 체력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했다.

9월 11일(월요일). 입영식이 열리는 진해 해군사관학교로 가기 위해 새벽 일찍 눈을 떴다. 두 번씩이나 참여하는 입영임에도 아내는 아들이 못 미더운 듯 가는 내내 아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나 또한 짧게 깎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강릉에서 자동차로 약 7시간 걸려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도착했다. 해군사관학교 정문에는 입영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주변에는 아이들의 입소를 위해 온 가족들로 붐볐다. 간단한 신원조회를 마치고 입소식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입소식이 열리는 곳이 가까워질수록 아내는 연신 훌쩍거렸다. 그러나 아들은 지난 3월 처음 입소 때보다 침착했고 의젓해 보였다.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는 아내와 나를 위로해 주었다.

간단한 입소식을 끝내고 후보생 전원은 부모님께 큰절을 올린 뒤, 소속 소대장을 따라 앞으로 생활할 내무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함께 온 가족들은 내무반으로 향해 가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쳤다.


아내도 아들의 뒷모습을 향해 이름을 불렀다. 순간,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들은 뒤돌아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내와 나는 아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연병장에 서 있었다. 그리고 11주간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이 자리에서 보게 될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떠올렸다. 한편, 부모로서 재 입대를 결정한 아들의 선택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해군사관학교 #무릎십자인대수술 #재입대 #해군장교 #병역면제 #입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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