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의 유엔 총회 불참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국제사회의 비난에 휩싸였다.
미얀마 정부는 14일(현지시각)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교장관이 오는 19~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얀마를 대표해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전격 취소한 것이다.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수치의 노벨평화상을 박탈하라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고, 유엔 안보리도 미얀마 정부를 비판하는 공식 성명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을 버티지 못했다.
최근 미얀마에서는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무장 반군 세력(ARSA)의 유혈 충돌이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수십만 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망가는 등 대규모 난민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미얀마 정부과 ARSA의 유혈 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넘어간 로힝야족 난민이 37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얀마는 왜 로힝야족을 탄압하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박해를 받아왔다. 19세기 미얀마를 식민지배하던 영국은 방글라데시에서 살던 로힝야족을 이주시켜 미얀마를 대리 통치하는 중간 계층으로 이용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와 로힝야족은 서로 앙숙이 되었고, 미얀마가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자 로힝야족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만들었으며, 산아나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했다.
미얀마로서는 영국을 등에 업고 자신들을 탄압했으며, 종교와 언어도 다른 로힝야족을 보듬어줄 이유가 없었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의 불교도 여성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유혈 충돌이 벌어져 수백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이끌며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는 수치가 지난해 11월 총선 승리로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로 등극하자 마침내 로힝야족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치는 특별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로힝야족 탄압을 묵인했고, 오히려 유혈 충돌이 잦아지면서 사망자와 난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기대는 곧 비난으로 바뀌었다.
이번 유혈 충돌은 미얀마 경찰이 로힝야족 반군의 습격을 받아 9명이 숨지면서 촉발됐다. 미얀마는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로힝야족 토벌 작전을 개시했으나, 사실상 민간인 학살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나왔다.
그럼에도 수치는 로힝야족 학살은 "엄청난 정보 조작"이라며 반박했고, 유엔 조사단 입국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 11일 "인종 청소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유엔 안보리도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는 규탄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미얀마로서는 그동안 '우군'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성명에 동참하면서 더욱 압박을 받게 됐다.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 첫 연설... 무슨 말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