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아프면 어디로 가야하나?"

사천성모병원 의원급 전환… 읍권역 야간진료 공백

등록 2017.09.15 11:39수정 2017.09.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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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사천 자료사진. ⓒ 바른지역언론연대


"병원은 작아도 가까이 있어 든든했는데, 밤새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남편을 따라 10년 전 사천시에 정착했다는 한 주부의 한탄이다. 사천성모병원이 9월 1일자로 사천성모의원으로 바뀌면서 늦은 밤 진료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마땅찮음을 하소연한 것이다.

그동안 사천성모병원은 지정 응급의료기관은 아니었지만 야간(당직)진료실 운영으로 늦은 밤부터 이른 아침 사이에 급히 병원을 찾는 사천읍권역 환자들을 책임져 왔다. 그러나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병원을 의원급으로 스스로 강등하는 이례적인 응급조치를 취했다. 이 과정에 50명에 이르던 직원은 10명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진료과목은 내과, 외과 두 개만 남았다.

성모병원의 의원급 전환은 직원들에 대한 대량 해고 사태를 나은 데 이어 야간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성모의원에선 더 이상 야간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2011년까지 사천읍권역 지정 응급의료기관은 사천중앙병원이었다. 하지만 2012년, 사천중앙병원이 사천중앙요양병원으로 바뀌는 과정에 응급의료기관 인증을 자진 반납함으로써 사실상 응급의료기관, 즉 응급실은 사천읍권역에서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사천성모병원의 야간진료실이 사실상 메꿔온 셈이다.

그러니 사천성모병원의 의원급 전환은 사천읍권역에서의 응급 의료, 특히 심야의 의료 공백을 뜻한다. 물론 삼천포권역에 삼천포서울병원, 삼천포제일병원이 응급실을 운영하고, 인근 진주시에도 응급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여럿이지만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사천시보건소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시보건소 박철영 의약담당은 "우리는 119 안내 정도만 해줄까 마땅한 수가 없다"며 "큰 병원이 유치되면 좋겠지만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의료계에서도 심야 진료 공백에 대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듯하다. 현재 사천읍권역에서 저녁 8시까지 야간진료를 하고 있는 사천우리메디컬센터 정경원 원장은 "지금 상황으론 심야까지 야간진료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지타산이 안 나온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천읍권역 주민들은 당분간 야간진료 공백에 따른 불편과 불안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사천시가 민간자본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 조성사업이 끝나고 그곳에 예정대로 대형 병원이 들어설 경우 야간 응급진료 공백은 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도립 진주의료원 재개원(=서부경남공공병원 설립) 움직임과 맞물려 "복합유통상업단지에 경남도립 서부경남공공의료센터(가칭)를 유치해 사천읍권역을 의료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사천 #성모병원 #야간 #응급실 #사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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