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맥주 한 잔"독일 글쓰기 교육을 주제로 좌담회를 하던 윤지영. 조영인. 윤세영 씨가 독일 맥주를 마시기 전에 건배를 하고 있다.
신향식
- 독일 학생들은 창의적 글쓰기 경쟁력에 있어서 한국 학생들에 비해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나요?(조영인)=글쓰기 실력만을 측정한 국제적 표준점수가 없으므로, 교육 전문가가 아닌 제가 독일 학생들이 경쟁력이 있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독일 학생들은 창의적으로 글 쓰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윤세영)=일단 독일 학생들은 항상 새로운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기사와 저널을 읽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곤 합니다. 저에게는 정말 새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창의적 글쓰기 강조하면 사회 전체에 도움된다- 그러한 창의적 글쓰기는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나요?(윤지영)=창의적인 사고를 설득력 있고 정리된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창의적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적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면 사회에 창의적인 사고가 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창의적인 생각은 제약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나올 수 있으므로, 창의적 글쓰기 능력은 사회가 타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고 봅니다.
(조영인)=창의적 글쓰기를 강조하는 교육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4년제 혹은 2년제 대학을 나오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졸자만의 사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학교 졸업장을 가진 것을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4년제 대학을 가기 위해 정답을 쫓는 글쓰기만 하는 사람들만의 사회는, '난 맞고 넌 틀렸어' 하는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렸던, '삶에 표준적인 속도가 있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교육의 측면에서 독일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윤지영)=독일 교육 제도의 우수한 점은 학비가 거의 무료라는 점입니다. 함부르크 대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50만 원 가량의 돈을 내면 학생증이 나옵니다. 이 학생증으로 함부르크 전역의 교통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됩니다. 또, 시민학교나 주민센터의 일종인 폴크스호흐슐레(VHS: Volkshochschule)에서 수업을 들을 때 50% 정도의 할인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영인)=학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글쓰기 교육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고 자신만의 속도에 맞추어 사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행복지수와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분명 일조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세영)=저는 독일에 살면서,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독일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자라면서, '믿음', '신뢰', '정직'과 같은 가치들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먼저 배우게 되잖아요.
독일에 오기 전에는, 아이를 낳으면 조기교육을 잘 해서 '이기는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독일에 오고 나서, 2시쯤 학교를 마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고등학생들이 가족의 가치를 더 잘 알게 되는 모습, 그리고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면서 자립심을 기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윤지영)=한국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 한 채, 좋은 학교와 취업이 잘 되는 과를 선택하는 사례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일 학생들이 반드시 자신의 진로에 확신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전공이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 언제든지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나이가 적든 많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습니다.
(조영인)=우리나라는 기술(공업, 미용 등)이나 예체능(춤, 노래 등)을 천대하는 풍토가 만연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이 결국 창의성을 말살하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입시를 위하여 제도권 교육을 철저히 받은 학생들보다, 입시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하는 학생들이 창의적 글쓰기 경쟁력에서 더 월등할 것이라 믿습니다.
(윤세영)=한국의 교육에는 늘 정답이 있습니다. 항상 채점하기 쉬운 객관식, 단답형 주관식 문제를 만들어서 시험을 칩니다. 반면 독일의 수능시험인 아비투어(Abitur)에서는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는 논술형 시험을 낸다고 합니다.
창의력 무시하고 다양한 시각 차단하면 '폭력'- 우리나라의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윤지영)=우리나라 교육이 대학 진학을 위한 정답만을 추구하지 않고 다양성을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고 이러한 사람들 사이에 높고 낮음이 없으며 서로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점을 교육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학생을 평가하기에는, 한 가지 정답을 두고 채점해서 줄 세우는 것이 용이할 겁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