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 비법이 있습니다

시민기자들이 직접 꾸린 '한가위책보' 받고 소원 이루세요

등록 2017.10.02 20:26수정 2017.10.0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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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세트, 욕실용품 세트, 햄 세트, 과일 상자. 추석 선물로 준비했던 물건들이다. 이번 추석엔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나. 명절 선물 고르는 것도 스트레스다. 그런데 명절에 책을 선물로 준비한다고?

평소에도 책을 잘 읽지 않는데 명절에 책 선물이라니. 기획이 신선하긴 한데 과연 이게 잘 팔릴까? 싶었다. 동네책방 '행복한책방'에서 준비했다는 추석 선물용 책꾸러미 '한가위책보' 소식을 보며 한 생각이다. 그런데 잘 팔렸단다. 그것도 꽤 괜찮게.


그래서 준비했다. 오마이뉴스 책동네 시민기자들의 한가위책보를. 추석 연휴에 즐길 수 있는 책꾸러미를 소개한다. 명절에 고생할 아내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깨시민 남편'의 한가위책보 '불편해도 괜찮아, 여보'부터, 아이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춰 읽으면 좋을 그림책을 소개한 한가위책보 '함께라서 행복하게', 내 새끼 말고 연로하신 어머니, 아버지를 먼저 생각해 달라는 당부가 담긴 한가위책보 '보름달 같은 아버지' 등등. 부디 책읽기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꽤 괜찮게 읽히기를(시민기자 원문을 가능한 살렸음을 알립니다).

① 이훈희 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불편해도 괜찮아,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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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책보 [불편해도 괜찮아, 여보] ⓒ 최은경


가사 노동의 불평등을 가장 극명하게 경험하는 때가 명절인 것 같습니다. 집안일을 '돕는다'면서 나름 '의식있는' 남편이라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기본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건 모릅니다. 아내 혹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노동 문제'가 단순한 집안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모든 문제는 가사 노동에서 출발한다고 외치는 <아내 가뭄>(애너벨 크랩)과 누구도 급료를 지급하지 않는 가사 노동과 같은 활동을 당연시하는 생각을 뒤집어 놓는 <그림자 노동>(이반 일리히)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편하게만 지내왔던 명절에 불편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불편하다고 생각만 하지 마시고, 생각을 바꿔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아내도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 되지 않을까요?

② 서지은 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함께라서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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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함께라서 행복하게] ⓒ 최은경


<텅 빈 냉장고>(가에탕 도레뮈스, 한솔)는 각자 바쁜 삶을 살던 도시 사람들이 저녁을 함께 먹는 이야기입니다. 거리의 악사가 이웃집 문을 두드리면서부터 시작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지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족한 재료로는 아무 요리도 할 수 없었지만, 한층 한층 위로 올라가면서 모이는 재료들도 함께 멋진 파이를 만들게 되는데요. 다같이 모여 만든 저녁 식탁은 그림만 봐도 근사합니다. 이번 추석에 온 가족이 모여 이렇게 근사한 저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석 상차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의 따스한 정이니까요.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안에르보, 한울림)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입니다. 브루는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슬픔에 빠졌습니다. 카우보이 아저씨도 만나고 까마귀 아줌마도 만나요. 브루가 만나는 모두는 브루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더 심각한 고민이 있다는 걸 이야기할 뿐 브루의 슬픔은 외면합니다. 그깟 고양이 잃어 버린 게 무슨 대수냐는 이야기만 듣게 된 브루에게 개 한 마리가 다가와 왜 슬퍼하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브루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대답합니다. 고양이를 잃어버렸지만 세상에는 훨씬 더 슬픈 일들이 많다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브루에게 개는 "그래도 니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합니다. 추석 때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많습니다. "공부는 잘 하냐, 취직은 했냐, 결혼 해야지"와 같은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그렇죠. 이번에는 질문 하지 말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는 추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③ 김현자 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이마를 마주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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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책보 [이마를 마주대고] ⓒ 최은경


지금 소개할 이 두 권의 책은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책이 아닙니다. 부모와 이마를 마주대고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엎드려 같은 눈높이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내 아이들에게도 좋고, 조카나 손주들에게도 좋고, 어른들에게도 매우 좋은 그림책입니다.

남자 아이들 중에 차나 기차를 특히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더군요. <요리조리 열어 보는 세계의 기차>는 증기기관차부터 현대의 기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편 전 세계의 수많은 기차 중 기념비적인 기차를 소개합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플랩북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지마다 기차 관련 재미있는 사실이나 지식들을 넣은 플랩을 배치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습니다.

<수잔네의 그림책 세트>(보림)는 수잔네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오밀조밀한 그림으로 들려주는 책입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들과 건물들의 저마다 다른 풍경들, 그 풍경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죠. 글씨 하나 없이 그림으로만 표현하고 있어서 수잔을 비롯한 여러 등장 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가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사계절을 각각 한 권에 담았고, 사계절의 이야기들이 연결되어 어떤 줄거리를 만들고 있지만,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 됩니다. 특히 4미터 그림책으로 펼치면 병풍이 되는데요. 엄마들 입소문으로 더 유명해진 책입니다.

④ 최종규 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노래하는 달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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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책보 [노래하는 달보따리] ⓒ 최은경


<시인의 마을>(박수미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7)
살아가는 곳에서 노래하고, 살고자 하는 곳에서 노래하며,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곳에서 노래한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곳에서 살기에 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이 아름다움을 아이도 앞으로 느끼고 받아먹기를 바라니 노래한다. 아픈 아름다움도 기쁜 아름다움도 모두 노래하니 모든 말은 시가 된다.

<박남준 시선집>(박남준 글, 펄북스 펴냄, 2017)
떡국 한 그릇을 나누고 싶은 사이. 송편 한 점을 나누려는 사이. 잡채나 국수 한 접시를 주고받는 사이. 쌈짓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사이. 아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드는 사이. 처마 밑에 제비집을 두는 사이. 상냥히 웃음을 건네는 사이. 따사로이 오가는 말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사이.

⑤ 김학현 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보름달 같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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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책보 [보름달 같은 아버지] ⓒ 최은경


누구에게나 있는 아버지, 그러나 누구에게나 보름달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겠죠. 자신을 다 내어주고도 모자라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보고 싶다. '내 새끼'만 생각하는 추석이 아니고 보름달 올려다보며 아버지란 존재를 올려다보면 어떨까요. 좀 오래 된 소설이긴 하지만, <가시고기>(조창인 지음)를 추천합니다. 아들이 희귀병인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을 앓지요. 아내와 이혼한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그의 헌신이 가시고기를 닮았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동명 소설이 파울로 코엘료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매클린의 것입니다. 플라이 낚시를 하는 아버지와 아들, 사람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아버지와 아들을 어떤 관계인지,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가의 순수한 낭만에 잠시 젖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버지와 그의 아들, 잔잔한 물결 속에 흐르는 사랑의 감동에 젖게 됩니다. 이번 추석은 가족,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⑥ 권오윤 시민기자의 한가위책보 [나홀로 휴식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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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책보 [나홀로 휴식 꾸러미] ⓒ 최은경


일가 친척들로 받는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휴식과 재충전을 선택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장르 소설, 바로 <레드 스패로우> 1, 2권과 <레드 스패로우> 3, 4권입니다(시리즈 1부 <레드 스패로우>가 1, 2권이고, 시리즈 2부 <배반의 궁전>이 3, 4권으로 나왔다).

전직 CIA 출신 작가가 쓴 박진감 넘치는 스파이물로서,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이후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평가 받습니다. 말초 신경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세밀한 묘사가 뛰어난 것이 특징. 일단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시리즈 1부에 해당하는 1, 2권이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2018년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아내 가뭄

애너벨 크랩 지음, 황금진 옮김, 정희진 해제,
동양북스(동양문고), 2016


그림자 노동

이반 일리치 지음, 노승영 옮김,
사월의책, 2015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
펄북스, 2017


요리조리 열어 보는 세계의 기차 - 플랩북

알렉스 프리스 글, 콜린 킹 그림,
어스본코리아, 2016


시인의 마을

박수미 지음,
자연과생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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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네의 4미터 그림책 세트 (전5권 + 종이 인형 키트) - 수잔네의 사계절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윤혜정 옮김,
보림, 2017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

안 에르보 지음, 이경혜 옮김,
한울림어린이(한울림), 2017


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밝은세상, 2000


흐르는 강물처럼

노먼 F. 매클린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2014


텅 빈 냉장고 - 2015 볼로냐 라가치상 Book & Seeds 수상작

가에탕 도레뮈스 글.그림, 박상은 옮김,
한솔수북, 2015


#한가위책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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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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