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탈핵 집회에서 진지하게 연설을 듣고 있는 어린이
윤연정
신고리5·6호기 건설지역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이종원(64) 상가발전협의회장은 "(과거에) 신고리3·4호기가 건설되면 관광객이 연 1천만 명 들어올 것이라고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말했지만, 실제로는 발전소가 들어선 후 지역경제가 다 죽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럼에도 탈핵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은 데 대해 윤종오(45·새민중정당) 울산 북구 국회의원은 "한수원 등이 지역 언론을 매수해 여론을 호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부근의 섬나라 페로제도에서 온 케니스 폰슨(58·조선해양 엔지니어)씨는 "우리나라엔 원전이 없고 수력, 풍력 등을 사용한다"며 "해로운 에너지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시민적 합의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길가다 집회를 지켜보는 중이었다는 그는 "가장 걱정되는 것이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인데, 처리하지 못할 거면 원전을 짓지 않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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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 말고 안전' 탈핵 집회 영상 ⓒ 서지연, 박진홍
찬핵 집회에선 삭발 결의까지
그러나 탈핵을 외치는 목소리만큼 찬핵 주장도 거셌다. 비슷한 시각 울산 남구 태화강역 광장에서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는 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었다. 한수원 노조원‧가족과 울주군 서생면 주민 등 7개 단체가 참여한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천여 명이 모였다.
무대에 오른 김병기(55)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원전 시공사와 협력사, 원전을 자율 유치한 주민들 모두 나라를 생각한 죄밖에 없다"며 "원전을 없애면 에너지안보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이상대(60) 서생면주민협의회장 등 4명은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저지를 결의하며 현장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전기요금 폭등으로 국민요금 배가 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화강역에서 터미널사거리까지 2.3km 구간을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