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호박꼬지, 토란줄기, 녹두 꼬투리 등이 가을햇살에 잘 마르고 있습니다.
전갑남
아주머니께서 우리더러 가을을 즐긴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립니다. 그렇고 보면 가을을 즐긴다는 게 별거인가요? 가을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즐기는 거죠.
아주머니는 우리 마당에 널려있는 가을걷이를 보고서 부러운 모양입니다.
가을이 있어 농사꾼은 즐겁다
우리 텃밭에도 가을이 선물을 안고 찾아왔습니다. 애써 가꾼 것에 대한 결실이 기쁨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우리 가을걷이 첫 선물은 토란입니다. 토란은 보통 추석 무렵 수확하지만, 올 추석은 늦게 찾아오는지라 미리 캤습니다. 자랄 때 가뭄을 몹시 타 밑이 시원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게 들었습니다. 알토란은 추석 때 쇠고기와 두부를 넣어 탕국을 끓여먹으면 맛있습니다. 줄기는 살짝 데쳐 껍질을 벗겨 널어 묵은 나물로 먹습니다. 또 토란줄기는 육개장에 들어가면 좋은 식재료가 됩니다.
하루 전 우리는 땅콩을 수확하였습니다. 고구마줄기가 땅콩 이랑을 덮쳤지만, 우리가 먹고도 남을 만큼 수월찮게 거두었습니다.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땅콩은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 말립니다. 맥주 안주로, 또 입이 심심할 때 견과류로 먹으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녹두 꼬투리도 여물기 시작합니다. 다른 집보다 좀 늦게 심었는데도, 때가 되니 꼬투리가 까매진 게 많아졌습니다. 녹두는 한꺼번에 일시에 꽃이 피지 않습니다. 먼저 핀 놈, 나중에 피는 놈 제각각입니다. 녹두 꼬투리는 까매진 것이 보이는 대로 거둬들여야 합니다. 햇볕에 바짝 마르면 조금만 건들어도 입을 벌리기 때문입니다. 추석 때 아내의 녹두부침개 솜씨가 기다려집니다.
기세 등등 무성하게 뻗은 호박넝쿨에 애호박이 많이 달렸습니다. 아내는 애호박을 따서 얇게 썰어 말립니다. 사나흘 볕에 말린 호박꼬지가 수월찮습니다. 호박꼬지는 나물 귀한 겨울철에 소중한 반찬거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