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열망, 나무 두 구루하늘을 향한 열망, 나무 두 구루
유명숙
그러다 우연히 한 곳에 눈이 멎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른 짙은 초록색 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르고 싶었던 고딕 양식을 한 톨레도 대성당을 닮고 싶다는 듯 초록색 두 그루의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눈을 뗄 수 없게 두 그루 나무는 마치 톨레도의 준엄함을 암시하듯이 붉은색 기와지붕 위로 끝도 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파란 하늘에 점점이 떠 있는 구름이 지나가며 간간히 그늘을 만들었다. 구름이 만든 그늘이 잠시 쉬라는 듯 나무 위를 유유히 지나갔다. 너무나도 파란 하늘이었다.
스페인에서 본 첫 번째 하늘이었다. 엄청난 것을 목격한 아이처럼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하늘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톨레도에서 만난 하늘을 뒤로하고 대성당에 이르렀다. 톨레도 대성당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고딕 양식의 정형을 보여주었다. 성당 안은 많은 사람으로 혼잡했다. 모든 것을 다 담아 가기에는 역부족임을 느꼈다.
선택의 순간이다. '일단 두 가지에만 집중하자' 마음을 다졌다. 하나는 예배소를 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담을 수 방법으로 예배소를 중심으로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따라가며 스테인드글라스의 수많은 성서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았다. 성서이야기에 대부분은 대성당에 들어선 모두에게 그저 '선'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선과 악의 기준은 진정 무엇일까? 성당이 어느 곳에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성당이 있는 장소가 어디건, 어떤 성당인지를 막론하고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숙연해진다. 그것은 어느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종교 유무를 떠나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는 모두 '선'이라는 가치 진리를 일상화해서일 것 같다. 톨레도성당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천장에 있는 둥근 모양의 스테인 글라스였다. 그 스테인 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언제나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묘하게 톨레도대성당을 찾아오며 보았던 하늘과 스테인 글라스는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열린 공간으로 향하는 하늘의 모습과 천장에 만들어진 동그란 모양의 스테인 글라스는 항존 하는 빛나는 햇빛을 느끼게 한다. 단지 위를 향해 고개를 들기만 하면 파란 하늘과 스테인 글라스가 무언가를 가슴에 염원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자연의 섭리라고 느껴졌다.
그 이후 여정에서 두 번째로 하늘을 본 것은 그라나다에서였다. 현존하는 이슬람 건축으로 최고의 자리를 자랑하는 알함브라 궁전을 찾아가는 길목에서다. 그곳에서 마주친 하늘은 기가 막힐 정도로 청명한 파란색이었다. 톨레도의 하늘이 찌를 듯한 나무 위로 펼쳐진 광활한 공간에 뭔가 귀한 열망을 담으라고 말하는 하늘이라면, 알함브라 궁전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하늘은 그저 조용히 부드러운 속삭임을 건네고 있었다. '잘 왔노라고, 마음을 편히 하고 쉬고 가라고' 조용히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