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추석 연휴 당시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촬영한 황해북도 개풍군의 노란 들판의 모습.
연합뉴스
세세하게 따져 보면 남녘의 명절 문화는 북녘의 그것과는 여러 가지로 다른 것 같습니다.
북녘에도 많은 명절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남녘처럼 10일을 휴식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명절이 주말과 겹치면 최대 4일 정도 쉴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2~3일 명절 휴식을 하게 됩니다. 북녘에는 남녘처럼 대체휴일 같은 것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음력설이 주말과 겹칠 때는 하루 대체휴일이 생기지만, 단오나 추석은 그렇지 않았어요. 당 창건일 등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 대체휴일이 나오곤 했고요.
북녘에서 가장 크게 치르는 명절은 단연 음력설(음력 1월 1일)입니다. 그리고 단오와 추석도 쇱니다. 이럴 때면 광장, 공원마다 줄당기기, 그네뛰기, 윷놀이와 장기 같은 민속놀이가 벌어집니다. 추석 때는 '대황소상 민족씨름경기'가 열립니다. 이 씨름경기는 조선중앙TV로 생중계 되는데, 이 씨름경기 방송을 보면서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젊은 사람들은 이런 경기 방송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점은 북이나 남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결혼 전, 추석 저녁에 밤하늘의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꼭 우리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어본 적도 있답니다.
저의 집도 추석날이면 햇쌀밥과 여러 가지 음식들을 만들어, 아침에 대성구역에 있는 할머니 묘소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먼저 아버지와 남동생이 벌초를 하면 묘비 앞 상돌 위에 준비해 온 밥과 물 한 그릇, 떡, 돼지고리 료리, 생선찜, 부침개, 녹두전, 고사리채, 콩나물, 밤, 대추, 두부, 닭알, 과일 등을 차려 놨습니다. 그런 다음 술을 붓고 묵례를 했습니다. 그리고 물그릇에 밥 한 숫가락과 반찬 등을 골고루 조금씩 담아뒀다가 성묘가 끝나면 아버지께서 묘 주변 땅 속에 묻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묘 주위에 둘러앉아 제사상에 올렸던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한 끼에 밥상·술상을 세 번씩이나... 왜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