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최동형(왼쪽) 씨와 이찬서 씨가 땅에 묻혀있던 지진계측기를 꺼내 방수비닐을 풀고, 해당 지점에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수신용 안테나를 꽂고 있다.
윤연정
"지난해 지진 후 여러 차례 발생한 여진을 측정하기 위해 경주 지역 39곳에 지진계측기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서 주기적으로 나온 데이터들을 모아 땅의 움직임을 보려고 하는 것이죠."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기계로 지진을 관측한 기간이 100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빈약한) 자료를 토대로 한반도에 큰 지진이 안 일어난다고 단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진활동 자료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기 전까지의 '역사지진자료'와 그 이후의 '계기지진자료'로 구분된다. 역사지진자료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료에서 찾을 수 있다. 사료에 따르면 한반도에는 서기(AD) 2년부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의 지진이 약 1800회 발생했다. 특히 신라 혜공왕 때인 서기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 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김 교수는 "역사지진을 고려해 과거 2000년 동안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지진이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론"이라며 "앞으로 이 지역에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해양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주 지진이 나기 전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지진이 자주 났어요. 2004년도에 경북 동해 울진 앞바다에서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어요. 2014년도에는 서해에서 규모 4.9, 5.1 정도 규모의 지진이 여러 개 났었죠. 한두 해 사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작은 지진들이 엄청 많이 났어요."
김 교수는 "(해양지진을 함께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는 6.5~6.8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후쿠시마처럼 해양에서 발생한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켜 동해안 원전을 덮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다만 현재 기술로서는 그게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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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비뉴스] 부산대학교 경주 여진 관측망 연구 김광희 교수가 진행하는 연구는 경주 지진이 발생한 내남면 부지1리 주변 반경 30km내 지하구조를 자세히 보는 작업이다. 내남면 부지1리는 월성원전 30km 반경에 들어간다. ⓒ 윤연정, 강민혜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더 무서운 경주 지진
전문가들은 경주 지역의 지반이 '연약층'이어서 지진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경주와 같은 평야지대는 큰 강과 하천이 오랫동안 흐르면서 날라 온 흙이 강 주변에 쌓여서 형성된다. 부유물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평야의 지반은 대부분 연약층이다. 김 교수는 "경주처럼 사람이 많이 사는 평야 지역일수록 지진 피해를 크게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지반 조건이 취약하면 작은 여파에도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동경주에 위치한 월성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기의 핵발전소 반경 30km 내에는 경주, 울산, 포항 일부 지역 등의 주민 110만 여명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