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주기도문의 한 구절이...
유명숙
차례를 기다리며 제일 먼저 보게 된 것은 '십자가를 등에 짊어지고 고행을 떠나는 예수상'이었다. '고행하는 예수상'을 성당 출입문 전면에 배치한 '가우디는 진정 어떤 신념으로 이 거대한 성당을 건축할 생각을 했을까?' 그의 생각의 근원을 이루는 바탕이 무엇인지 그가 살아있다면 진정 묻고 싶어졌다. 신앙심과 예술적 조예가 깊은 19세기 프랑스 작가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처럼 아마 가우디도 자신의 깊은 신앙심을 예술적 조우로 표현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성당 안에서 배어나는 거역할 수 없는 웅장함과 숭고함이 있었다. 그 순간 성당 안에 무언가가 훅 마음으로 들어왔다. 그 가운데 분명 무엇인지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마음 안으로 들어와 가슴을 채웠다.
자신에 잠재한 내면의 사념들이 공기의 가벼움에 못지않게 가벼움이 되어 팔랑팔랑 날아올랐다. 미움이나 세속적인 사랑 따위는 그런 비속한 감정은 이제 발아래 저 심연의 밑바닥에 열을 지어서가는 구름만큼이나 멀어져 갔다. 영혼이 자신의 온몸을 에워싸고 있는 하늘의 광활함만큼이나 드넓고 순결한 것 같았다.
고개를 젖혀 올려다 본 끝을 알 수 없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천장은 모든 삶의 일상을, 생각을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좋든 나쁘든 그저 지나는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기도하는 사람을 위해 중앙에 배치되어 있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잠시, 그저 잠시 그렇게 눈을 감고 싶었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진리를 가슴에 담고 싶었다. 소망하는 모든 것을 깊이 염원하며 그렇게 눈을 감았다. 가슴의 염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