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들어간 원전 비용 아깝다고? 아이들 미래는 어쩌나"

아기 안고 온 주부들 울산시청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등록 2017.10.11 15:25수정 2017.10.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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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고 오거나 유모차에 태워온 주부 50여명이 1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앞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용석록


11일 오전 11시 젊은 주부 50여 명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거나 어깨띠에 매고 혹은 두 팔에 안고 울산시청 앞에 모였다. 일부는 임산부였다.

주부들은 아이들이 보채는 가운데에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신고리 5, 6호기를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울주군 청량면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엄마 한은영씨는 "핵폐기물을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남겨 줄 수 없어서 애기 엄마들과 임산부 학부모들이 모였다"면서 "울산에서 핵발전소로부터 안전하게 살고픈 엄마들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마지막 지역토론회인 울산순회토론회가 열리는 11일의 모습이었다.

특히 비슷한 시각 울산시청 건물안에서는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매몰비용 등 2조8천여억의 추가비용이 국민부담으로 돌아가며 울산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건설 재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반해 주부들은 "이미 들어간 비용이 아까우니 계속 건설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쌓이는 핵폐기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야 하나"며 항변했다.

한 주부는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위험의 고리를 끊는 시작"이라면서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며 다음 세대에 안전과 희망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부들 "비용 아까우니 원전건설 계속하자는 말,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주부들은 기자회견에서 "신고리 5, 6호기가 들어설 예정인 울산 울주군(과 인접에는)은 이미 고리 1,2,3,4호기와 신고리 1,2,3,4호기 총 8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며 인근의 경주 월성원전 6기까지 하면 반경 30km 이내 총 14기가 들어서 있"으며 "핵발전소 주변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활성단층으로 인한 지진의 위험성도 아주 높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혹자들은 '이미 건설되던 것 2개는 들어간 비용이 아까우니 계속 건설하는 게 낫지 않겠냐, 이미 여러 개 있는데 거기에 2개 더 한다고 달라지는게 있냐'고 무심히 말을 던진다"면서 "울산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들은 그런 말들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가동 중단된 고리1호기 전기를 사용한 적도 없지만 최소 10만년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감당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는 설계수명이 60년인데 나이가 어릴수록 그 영향을 더 받게 된다"면서 "이미 1만 6천 톤이 쌓여있고 매년 750톤이 더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야 하나"고 반문했다.

또한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아이들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백배 이상 증가했고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코피를 쏟는 일이 허다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면서 "먹는 음식 또한 원산지 확인 후 불안해하며 아이들에게 음식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미 후쿠시마 원전 20km 반경은 죽음의 땅이 되어 돌아갈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울산 역시 예외일수 없으며 오히려 더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사고시 이토록 돌이킬 수 없는 큰 재앙을 일으키는 핵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 맞겠나"면서 "지금이라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선언만이 핵폐기물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주부들은 "울산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시설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공장이 있어 한국의 성장 엔진이라고 불리던 곳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다름 아닌 우리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자 아들"이라면서 "단 한 번의 원전사고로도 경제가 무너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될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울산시민들은 보다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 주부들은 "지금도 전기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으며 신고리 5,6호를 새로 짓지 않아도 전력 공급은 이미 충분하다"면서 "이제 관심을 가질 것은 전력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부들은 "신고리 5, 6 공론화과정에 시민참여단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위험의 고리를 끊는 시작이며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며 다음 세대에 안전과 희망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절실히 말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대통령이 공약했던 탈원전의 첫걸음으로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는 국정책임자로서 국민의 염원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약속을 실행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신고리5,6호기 #울산 울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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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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