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청년유니온,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책임 있는 논의와 최저임금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윤석
IMF 이후 사회경제적 적폐가 젊은 세대에게 집중되었다는 현상을 공유해야 청년문제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청년문제의 원인은 한국사회 자체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청년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요구가 있지만, 청년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안전망입니다. 안전망은 곧 복지를 의미합니다. 청년문제의 해법을 복지 문제와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면, 청년문제는 풀릴 수 없습니다. 일자리 증가 지표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복지국가의 청년 정책유럽 복지 선진국의 경우 다양한 청년 안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유럽 관용의 정신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EU는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한 고용과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청년보장제도(Youth Guarantee)'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2007년 스웨덴에서 시도한 청년보장제(Jobbgarantin För Ungdomar)가 성과를 거두면서 전 유럽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스웨덴은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시행하는 대표적인 복지 선진국입니다. 스웨덴을 비롯하여 선진적인 청년고용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모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국가들은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초반에 청년보장제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장기 실업률이 낮습니다. 복지를 통해서 청년 안전망을 구축했고 성공한 것입니다. 유럽 복지국가의 선진적인 정책을 만든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로 만들어진 합의제 민주주의입니다. 스웨덴을 비롯한 노르웨이, 덴마크, 뉴질랜드 등 복지 선진국의 공통점은 진보적인 연립정부의 연정 아래에서 정책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연립정부'는 낯선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정치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정당이 정책으로 협상하며 연립정부를 구성합니다. 이는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만들어진 국회에서 실현될 수 있는 정치 문화입니다. 이와 같은 정치 풍토 속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수렴되고, 정책으로 열매 맺습니다. 청년 안전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립정부를 통해 청년의 삶에 연결되는 정책을 개혁해낸 대표적 사례가 뉴질랜드입니다. 1993년 선거제도 개혁에 성공한 뉴질랜드는 합의제 민주주의 국가로 변모합니다. 선거제도 개혁 후 뉴질랜드의 사회·경제적 정책 또한 뚜렷하게 변화했습니다. 1996년 출범한 국민당 중심 첫 연립정부에서 민영화 중단 등 1984년 이후 지속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멈춰섰고, 1999년에서 2007년까지 이어진 노동당 중심 연립정부에서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데 성공합니다. 고용계약법이 폐기되고 고용관계법이 제정되면서 고용 안정성도 증대되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성 증대는 불안정노동 시장에 노출된 청년을 위한 중요한 성과입니다. 불안정노동 시장의 폐해를 해소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EIU는 매년 시민의 자유, 정부 기능, 정치 문화 등을 토대로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를 발표합니다. 2016년 뉴질랜드는 4위에 올랐습니다. 대한민국은 24위에 머무르며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되었습니다.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복지는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복지가 먼 나라에서 청년문제 해결도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거대양당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그런 정치 구조를 만든 것이 바로 선거제도입니다. 신자유주의 노선을 걷는 정당이 높은 득표를 한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며, 이는 삶의 질 악화로 나타납니다. 지역구에서 1등 하면 과반 지지 없이도 당선되는 제도에서는 거대 정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모색하는 정당들에게 불리한 제도입니다. 대안 없이 기득권 유지만 모색해온 거대양당 구조 속에서 다양한 정책 해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청년문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은 선거 때만 동원되는 현실을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복지국가의 청년 정치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 정치도 필요합니다. 당사자 정치는 단순히 청년의 정치 진입만 수월히 하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청년이 대안적 비전을 벼려내는 능력과 이견을 조율하는 협상력 같은 정치력을 가진 청년 정치인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실력 있는 청년 정치인이 성장하기 위해 정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정당정치 환경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청년 정치인은 낯선 존재입니다. 지역 기반과 정치 경험이 없는 청년이 거대 정당에서 공천받고 지역구에서 당선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은 청소년의 정당 가입 자체가 불법임은 물론, 거대 정당들은 선거철만 되면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데만 골몰합니다. 그러나 유럽 국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정당에 가입해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경험을 쌓은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는 일이 흔합니다. 2014년 스웨덴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구스타프 프리돌핀은 32살의 나이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그는 11살에 스웨덴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19살에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32살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2030 정치인을 '청년 정치인'이라 한다면, 한국에도 청년정치인이 아예 부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청년 정치인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동등한 정치 주체로 인정받았는지도 의문 부호가 따릅니다. 정치권에 청년이 많아지는 것보다 어떤 청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가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혁으로 만들어지는 정당정치 환경이 조성되어야, 돈 없고 연줄 없는 이들도 자신의 신념과 부합하는 정당에서 직업 정치인으로 훈련받고 자리를 잡아, 자신과 같은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청년 안전망을 만드는 선거제도 개혁
▲청년단체, 선거제도 개혁 촉구대학YMCA, 민달팽이유니온,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비례대표포럼청년위원회, 정치발전소, 천도교청년회, 한국청년연대, 흥사단전국청년위원회, 2030정치공동체청년하다, 한국청년연합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청년들이 희망과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치를 독점하고 기득권에 안주해 온 기존 거대 정당들 때문이다"며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바꿔 비례대표 의석을 대폭 확대하고, 득표한 만큼 의석을 가져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유성호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광장에는 더 나은 사회를 열망하는 촛불이 타올랐습니다. '적폐 청산'이라는 구호가 외쳐졌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적폐는 무엇인가요? '정치'를 특정 계급의 전유물로 만들어온 역사, 문화, 제도야말로 한국 사회의 적폐입니다. 정치현장에는 청년이 호소하는 문제를 해결해줄 주체가 없으며, 따라서 다수의 청년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는 20대, 혹은 30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새로운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감지해야만 합니다.
새로운 문제의식과 대안을 가진 세력이 정치 현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기득권 중심 구조를 청년의 힘으로 바꿔야 합니다. 복지국가로의 이행이 곧 청년문제 해결의 시작입니다. 다양한 청년보장 정책이 펼쳐지는 선진국의 정치 체제를 만드는 개혁이 필요합니다. 비례대표제 도입이 그 첫걸음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촛불의 염원이 모인 지금이 바로 청년의 삶을 위해 비례대표제 개혁을 외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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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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