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서 읽은 책 연애놀이
윤서딘
내가 집 밖으로 나온 건,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서였다. 이 좋은 가을날에 혼자 방 안에 있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바람을 쐬고 경치도 보고 사람들과 대화도 좀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저녁 8시, 딮 1층 테이블에 앉아 찻잔에 막걸리를 따라 마셨다. 나윤과 지은이 내 맞은편에 앉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경주에서 만났다. 누군가 순서를 정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꺼냈다. 나윤은 '어머, 사람들 고민은 다 똑같구나!' 맞장구를 치곤 했다. 대화를 하면서 느꼈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나의 단점만을 커다랗게 확대하여 들여다보곤 했다.
반면 다른 사람들 속에 있는 나는 나의 장점을 최대한 발현하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방식으로 속내를 보여주었다. 각자의 장점이 증폭되고 융합되어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것. 그날 밤 대화는 그런 것이었다. 혼자서 안으로 파고드느라 잊었던 것들을 겉으로 발산하고 확인하고 나누는 일.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 안도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