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나온 기분으로 먹는 담양의 특별한 국수

전남 담양 관방제림 우리네국수, 비빔국수와 물국수

등록 2017.10.31 10:51수정 2017.10.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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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소풍 나온 기분으로 먹는 담양의 국수는 참 맛깔지다. ⓒ 조찬현


담양 국수는 관방제림 팽나무 아래 야외 식탁에서 먹어야 맛있다.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소풍 나온 기분으로 먹어야 국수 맛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관방제림 바로 곁에는 관방천이 유유히 흐른다.


전남 담양의 국수 거리다. 관방제림 제방 옆에 수많은 국숫집이 모여 있다. 우리 일행이 찾아간 곳은 국수 거리 안쪽에 있는 우리네국수집이다. 정화순(65)씨 부부가 13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시골의 정이 풋풋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방송에 소개되어 줄을 서는 몇몇 이웃집들과는 달리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그러나 국수 맛은 그 어디에 견주어도 될 만큼 맛이 빼어나다.

자랑할 것 없다는 국수... 정말 맛있어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에서 만난 우리네국수집이다. ⓒ 조찬현


주문한 국수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댓잎에 삶아낸 계란을 맛보면 좋다. 2개에 1000원이다. 갓 삶아낸 뜨거운 계란을 까먹는 재미가 제법 알차다. 손이 뜨거워 호호 불어가며 까먹는 계란은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물 국수(4000원)에는 참기름 한 방울도 넣지 않는다는데도 맛이 향긋하고 구수하다. 멸치와 양파 등을 넣어 정성으로 끓여낸 맛국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면이 아닌 중면이지만 국수 면발은 부드럽고 목 넘김도 좋다. 별다른 고명을 넣지 않은 소박한 국수지만 국수 본연의 맛 또한 잘 살아있다.


"물 국수에 여러 가지 들어가요. 볶아먹어도 될 정도의 중간크기 멸치하고 다시마하고 풋고추도 넣고. 일 년 열두 달 풋고추를 넣어야 돼, 청양고추를 많이 써요. 다양하게 들어가요."

비빔국수(5000원)도 맛깔지다. 양념에 딱 하나, 열무김치 하나 더 넣었을 뿐인데 끌림이 강하다.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오는 맛이 참 자연스럽다.

"비빔국수 양념은 매실, 사과 효소, 배 효소, 또 양파 효소... 고추장하고 고춧가루하고 간 맞게 맞춰요. 비율은 없어요, 그냥 뭐든지 대강해요. 열무김치 따로 담아서 삭히고 양념에다 참기름하고 깨하고 넣고, 아무튼 여러 가지 넣어요. 남이 안 하는 것 다해요. 잡수고 또 오시고 그래요."

비빔국수는 비빔양념에 열무김치 하나 더 넣었을 뿐인데 끌림이 강하다. ⓒ 조찬현


담양 관방제림 국수거리에 있는 우리네국수집의 국수다. ⓒ 조찬현


자랑할 것 없다는 국수지만 정말 맛있다. 주변의 다른 집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맛이다. 한번 맛본 이들이 다시 이곳을 찾는다는 어르신의 말에 나름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랑할 것도 없어요, 손맛이에요. 양념을 내가 해놓고 쓰는데 일꾼(일하는 분)이하면 맛이 달라요."

모든 이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이 집 국수 맛의 비결은 식재료의 조화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하게 넣어서 끓여낸 맛국물이 국수 맛의 기본이다.

"입맛이 다 틀리제마는 양념이 여러 가지 들어가야 맛이 나제, 한두 가지 가지고 맛을 내간 디, 양파 알맹이하고.. 뭐든지 적당히 들어가야지 맛있다고, 너무 많이 들어가면 맛이 없어요."

관방제림은 수해방지를 위해 1648년(인조 26)에 조성한 풍치림이다. 담양 남산리 동정자 마을에서 수북면 황금리를 지나 대전면 강의리까지 6km에 이른다. 1991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었으며 2004년에는 산림청 주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푸조나무와 팽나무, 개서어나무 숲으로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전남 담양 관방제림 국수거리 풍경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관방제림 #담양 국수거리 #담양 우리네국수 #맛돌이 #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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